호흡기 민감한 서구 기업 직원들 ‘역기러기’ 선택
대기오염 수당 등 ‘험지 근무’ 보상책까지 등장
대기오염 수당 등 ‘험지 근무’ 보상책까지 등장
지난해 말, 베이징에 짙은 스모그가 닥쳐왔다. 베이징의 다국적 회사에 다니는 미국인 스테파니 잠브루노의 남편은 미뤄왔던 결심을 굳혔다. ‘이젠 베이징에 함께 살고 있는 부인과 두 딸을 미국에 돌려보낼 때구나.‘
미국으로 돌아온 스테파니와 베이징에 남은 그의 남편은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하고 안부를 확인한다. 스테파니의 남편은 한달에 한번 정도 그가 있는 플로리다로 날아온다. 일종의 역기러기 가족인 셈이다. 스테파니는 “가족과 떨어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베이징의 스모그 탓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의 아이들이 천식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했고, 6살과 생후 21개월 짜리 자신의 아이들 역시 스모그가 심한 날엔 도리없이 실내에 있어야 했다. 그는 “베이징에선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8일 스모그 탓에 중국에서 일하는 다국적 기업 회사원들이 함께 살던 가족을 귀국시키는 ‘스모그 이산가족’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환경보호부는 지난해 74개 중국 대도시 가운데 71개 도시가 대기질 기준에 못미쳤다고 발표했다. 호흡기 질환에 민감한 서구 기업 직원들은 상수로 자리잡은 스모그를 견디지 못한 끝에 가족들과의 이별을 택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간부들을 단신 부임을 조건으로 내거는 대신 보상책으로 휴가를 늘리는 1980~90년대식 ‘험지 근무’ 제도를 채택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환경오염을 감안해 중국 근무 직원의 수당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 수당을 지급할 여유가 없는 회사들은 유급휴가를 늘려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에 진출한 유럽연합 기업의 1/3가량이 대기오염 탓에 중국에서 일할 인재를 채용하는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며 “공기청정기, 의료보험 등 추가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한 다국적 공기청정기 판매 회사 쪽은 “최근 지난해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무역대표부 역시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8%가 스모그 탓에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쪽은 “우수한 인재들 사이에서는 스모그 탓에 베이징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국 당국은 이런 실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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