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헤이룽장성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한 중국 주재 외신기자들이 기념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취재하고 있다. 하얼빈/연합뉴스
중 외교부, 외신 초청취재 행사에
이례적으로 안중근 기념관 포함
“한·중, 일 군국주의 잊지말아야”
일 우경화 맞선 ‘한·중 연대’ 모색
이례적으로 안중근 기념관 포함
“한·중, 일 군국주의 잊지말아야”
일 우경화 맞선 ‘한·중 연대’ 모색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29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들어선 중국 주재 한국·일본 기자 20여명에게 헤이룽장성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1월19일 개관한 안중근 기념관은 이날 100일을 맞았다. 기념관엔 하루 600~1000명 가량이 찾아 이날까지 총 관람객 수가 6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외교부는 28일부터 1박2일로 외신기자 현장취재 행사를 마련해 공식 일정에 일제 관동군의 만행 기록을 보관한 지린성 당안관(기록물 보관소)과 하얼빈 731부대 유적와 함께 이례적으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포함시켰다. 100일 전 기념관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신들에 알리지 않고 지방정부 차원의 조용한 개관식을 했던 것에 견줘 상당한 태도 변화다. 한 헤이룽장성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직접 이번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알려 역사를 거울 삼자’는 취지로 지난 1월 선양 9·18 역사 박물관(만주사변 역사 박물관)과 2월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대한 외신기자 취재를 주선한 바 있지만, 한국인인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취재에 나선 일본 기자들은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에게 “기념관을 취재 일정에 포함한 것이 중-일 관계에 다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 일본 기자는 “중국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의 손을 잡아당기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물론 일본이 잘못했고, 나도 안중근 의사가 의인이자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으로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되지만 한국의 영웅을 현실 정치에 이용하는 의도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을 향해 일본 아베 정권과 우익 세력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일관된 역사 부정 행보를 겨냥해 공동 대응을 하자는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이룽장성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등 과거 일본 군국주의에 피해를 당한 나라들이 함께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중근 기념관을 설계한 궁진파는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침략한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했고, 당시 중국 주요 언론들은 모두 안중근을 의사라고 칭했다”고 말했다.
우경화하는 일본과 미국의 군사 동맹에 대해, 한국과 함께 ‘역사 동맹’으로 대응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곳곳에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전날 지린성 당안관에서도 기자 간담회를 마련해 일본 헌병대 자료 등을 공개하면서, 일본의 중국 침략 시기에 헤이룽장성과 안후이성 등에 한국인 위안부가 각각 20명과 36명이 있었다고 한국인 위안부의 존재를 언급했다. 중국으로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일본 방문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공언하며 일본의 손을 들어준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얼빈/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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