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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남중국해 석유시추 강행 노림수는

등록 2014-05-12 20:28수정 2014-05-12 22:33

“베트남과 공동개발” 약속 뒤집어
영유권 분쟁 염두에 둔 공세 성격

중-베트남 선박끼리 물대포 ‘교전’
‘선 행동 후 외교’ 본격화 움직임
미 ‘중국 포위 전략’ 돌파 성격도
중국이 이달 초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해상 한가운데 40층 건물 높이에 축구장 크기 면적인 초대형 장비를 우뚝 세워놓고 석유시추에 나선 뒤, 중국과 베트남 선박들의 충돌·대치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처는 자원 개발을 넘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2일 아침 7시3분께(현지시각)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부근의 중국 석유시추 설비를 향해 접근하던 베트남 어업감시선 1척이 중국 선박 15척에 포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선박들이 물대포 공격을 가하자, 베트남 선박도 물대포로 응수했다. 베트남 쪽이 중국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선 것은 충돌·대치 국면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이 해상 개발공작팀을 구성해 남중국해의 유전과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불과 일곱달여 만에 태도를 바꿔 독자적으로 석유시추에 나섰다. 최근 1주일 새 베트남 해안경비대 소속 초계정과 중국 선박의 잇단 충돌로 9명의 부상자가 났는데도 시추를 강행하는 중국의 태도 역시 과거와 다르다. 중국은 지난 몇년 동안 두 차례 이 지역에서 자원 탐사를 시도했지만 베트남 쪽이 반발하자 이를 접었다.

중국이 시추작업에 나선 파라셀군도 부근의 석유, 천연가스 개발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도 의문부호를 남긴다. 지난 10년 동안 지질학자들과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은 이곳에 매장된 석유, 천연가스의 상업적 효용성에 관해 회의적이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파라셀군도 주변의 석유,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뽑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행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더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중국이 지난해 11월 주변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과 비슷하다며, “석유시추가 남중국해의 정세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구실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최근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과거와 달리 먼저 일을 저지르고 보는 ‘선 행동, 후 외교’ 주의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분쟁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지만, 여섯달여가 지난 지금은 기정사실화됐다.

중국의 이번 행동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며 중국의 팽창에 맞선 동맹 강화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분석된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맞서 중국이 남중국해 석유시추라는 포석으로 돌파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특히 중국은 동맹 강화를 표방하면서도 중국과의 직접적 충돌은 피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필리핀과 달리 미국과 정식 군사동맹이 아니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이라는 ‘약한 고리’를 건드려 미국과 주변국들의 의지를 떠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은 과거에도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중국 주변을 둘러싸자 1979년 2월 베트남을 침공해 ‘치고 빠지기 식’ 선제 대응을 한 바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자기 영유권 지역 안의 정당한 자원 개발이라고 말하지만 최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어 보인다”며 “이번 시추작업은 중국내 강경파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전에 얼마나 치밀한 준비를 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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