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1년새 6번 회동
두 정상, 동중국해 합동훈련 참관
중, 일·베트남 등 주변과 영토분쟁
러, ‘우크라 사태’에 중국 지지 절실
미의 ‘아시아 회귀 전략’ 맞불 성격
두 정상, 동중국해 합동훈련 참관
중, 일·베트남 등 주변과 영토분쟁
러, ‘우크라 사태’에 중국 지지 절실
미의 ‘아시아 회귀 전략’ 맞불 성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만난다. 시 주석이 지난해 취임한 뒤 벌써 6번째다. 이번엔 에너지와 군사 협력 강화를 토대로 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두 나라를 압박하는 미국에 공동 맞대응을 할 태세다.
푸틴 대통령은 20~21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를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시 주석 취임 뒤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싼 다급한 국제정치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전 회동들과 의미가 다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투자 감소에 직면해 있다. 중국도 지난달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뒤 남중국해에서의 석유 시추 작업과 활주로 공사 등을 둘러싸고 베트남, 필리핀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분쟁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러 정상은 군사 협력을 과시하는 행보를 선택했다. 중국 <경화시보>는 18일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2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러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해상협동 2014’ 개막식에 함께 참석한다”고 러시아 국영 <이타르타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나라 정상이 합동 군사훈련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이례적이다. 20~27일 중국 양쯔강 하류, 동중국해 북부에서 열리는 훈련에는 두 나라 함정 14척, 잠수정 2척, 헬기 9대와 특전부대 등이 참가한다. 훈련 지역은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와 인접해 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참석으로 일본을 포함한 필리핀, 베트남에 우회적인 경고를 보내고, 러시아도 중국을 확실히 지지함으로써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등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 한 듯하다. 궁극적으로는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아시아 회귀’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에 맞서 사실상의 ‘중-러 군사 동맹’으로 맞대응 카드를 던진 셈이다.
두 나라는 10년여를 끌어온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아나톨리 얀콥스키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최근 “협상이 98% 타결됐다”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은 2018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380억㎥의 가스를 공급 받는다. 이는 지난해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5분의 1에 이르는 양이다. 중국으로선 에너지 부족과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러시아로선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두 나라는 중국의 시베리아 석탄 개발 투자도 낙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60~70년대 국경 분쟁의 역사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태도 등이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푸틴의 중국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나라는 협력하는 게 미국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최근 저서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과의 견해 차와 견제, 일본과의 도서 분쟁 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중국은 향후 러시아와 동맹 체결을 통해 미국의 동맹 강화 전략에 맞불을 놔야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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