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합동군사훈련 참관
정상회담에서 “내정간섭 반대” 성명
‘동반자’ 이상의 관계 지향하기로
정상회담에서 “내정간섭 반대” 성명
‘동반자’ 이상의 관계 지향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동군사훈련을 참관하고 정상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남·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밀월관계’를 과시하는 행보다.
두 정상은 상하이에서 열린 중-러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해상 협동 2014’ 개막식을 함께 참관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가까운 곳에서 진행된다.
이어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간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에 반대할 것”이라며 일방적 제재 정책과 타국의 헌법질서 변경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개입을 막고,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우회적으로 성명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의 반파시스트 전쟁과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공동으로 경축할 것”이라고 발표해 일본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2015년 이전까지 양국 무역액 1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노력하자”며 에너지, 첨단기술, 우주항공 등 각 분야의 협력도 제안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액은 888억달러(91조원)였다.
<블룸버그>는 ‘스탈린-마오쩌둥 시대의 중-러 관계 우위가 뒤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 시절 중국은 소련의 원조에 의존했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양국의 경제력이 역전돼 러시아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1979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소련의 40%에 불과했지만 이제 중국의 경제력은 러시아의 4배를 넘어섰다.
양국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 동안 10년을 끌어온 천연가스 수출입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은 2018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수입할 예정이다. 가격 문제가 최대 난관인데, 1000㎥당 국제시세보다 30~50달러 낮은 335~350달러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중국의 적극적 지지를 바라고 있으나 중국은 다소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 류구창 전 러시아 주재 중국대사는 “솔직히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분리주의로 고심하고 있는 중국이 크림반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독립 움직임을 지지하기는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서방에 ‘우리도 대안이 있다’고 과시하려 할 것이고, 중국도 남·동중국해 분쟁에서 러시아라는 지지세력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두 나라의 협력이 미국이나 서방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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