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중급인민법원에서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들이 재판을 받는 모습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한 영상이다. 이날 법원은 지난해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피고인 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우루무치/AP 연합뉴스
‘차량 돌진’ 등 12명엔 사형 선고
우루무치 아침·저녁시장 폐쇄
대형경기장서 공개재판대회도
위구르족 독립 의지꺾을 의도
한족들 이권독점 테러 부추겨
우루무치 아침·저녁시장 폐쇄
대형경기장서 공개재판대회도
위구르족 독립 의지꺾을 의도
한족들 이권독점 테러 부추겨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테러 혐의자들에게 한꺼번에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면서 ‘공포 통치’에 나서고 있다. 2009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벌어진 위구르족과 한족간 충돌 사태 5주기를 앞두고 사전 통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악수와 투루판, 허톈 등 3곳의 중급인민법원이 이날 테러 혐의자 1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며 “재판부는 ‘이들이 테러 단체를 조직해 살인과 방화, 강도 행위를 벌여 무고한 시민과 경찰을 살해하는 등 사회 안정에 막대한 해악을 끼쳤다’고 판결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형이 집행된 위구르족 가운데는 지난해 6월26일 투루판 루커친진의 파출소 등 관공서를 습격해 24명을 숨지게 한 3명 등이 포함됐다.
같은날 우루무치 중급 인민법원도 지난해 10월28일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재판을 열어 주범 3명에 사형을 선고했다. 다른 공범 1명에겐 무기징역, 나머지 4명의 피고인에겐 각각 5~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차량 돌진 공격으로 5명이 숨졌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테러에 앞서 베이징에 도착해 테러에 쓸 자동차와 석유, 칼 등을 마련하고 현장을 답사한 뒤 테러를 사주했다”고 밝혔다. 신장자치구 고급인민법원은 6일에도 테러 혐의자 9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중국 당국의 신장 지역에 대한 강압적 통치를 비판해온 위구르족 학자 일함 토티 중국민족대학 교수가 체포된 지 다섯달 만에 최근 비밀 재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또 최근 테러 발생을 우려해 신장 우루무치의 아침, 저녁 시장을 아예 폐쇄했다. 지난달 우루무치 인민공원 근처 아침시장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테러가 일어나 125명의 사상자가 났다.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에 대한 잇따른 극형 판결과 집행에는 분리 독립세력의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신장 지역 법원들은 이달 초 이리와 카슈가르(카스) 등의 대형 경기장 등에 수백~수천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공개 재판대회를 열어 테러 혐의자 등에게 사형 등 중형을 선고했다.
이런 움직임은 우루무치 사태 5주년을 앞두고 만일의 소요 사태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우루무치에서는 2009년 7월5일 한족들이 신장에 대거 이주해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는 현실 등에 항의하는 위구르족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190여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다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위구르족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 확대 등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한편으로는 분리 독립세력을 겨냥한 초강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공포 통치로 테러를 방지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15일에도 신장 남부 허톈에서 흉기로 무장한 괴한이 오락업소를 습격해 4명이 다치는 등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장 지역으로 대거 이주한 한족들이 이권을 차지하면서 빚어진 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테러의 뿌리라고 지적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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