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지난해 6월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외교·경제적 한국 가치 높아져
일부선 북에 대한 압박 분석도
중국 전문가 “순서 큰 의미 없어”
일부선 북에 대한 압박 분석도
중국 전문가 “순서 큰 의미 없어”
“맏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중요한 둘째의 혼사를 늦추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의의를 묻는 물음에 29일 진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이런 비유로 답했다. 시 주석의 7월3~4일 방한은 ‘북한 먼저’라는 기존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방문 관례를 깨는 것이다. 장쩌민 전 주석은 실권을 장악한 직후인 1990년 3월 당 총서기 신분으로 북한을 먼저 찾았다. 주석 신분으로는 2001년 9월 방북에 앞서 1995년 11월 한국을 먼저 방문하긴 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05년 11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 한달 전인 10월 방북했다.
시 주석의 파격은 외교, 경제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한-중 무역액은 2742억 달러에 이르렀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이 최고 지도자가 방북하는 것은 부담이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현 상황에서 중국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책임대국을 주장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써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시 주석의 방한이 북한을 향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는 28일 시 주석의 방한에 관한 물음에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방문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진저 소장은 “중국으로선 국가 이익과 지역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이 결코 북한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라며 “조건이 되면 먼저 가는 것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중요도는 여전하다. 한 중국인 교수는 “주변 정세상 중국한테 북한의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하고 상황을 관리한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연내 방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중국은 조선(북한), 한국 쪽과 모두 우호·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등거리 외교를 강조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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