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과 외교전략
일 우경화·미 MD추진 대치
동남아와 영유권 문제 충돌
북한과의 교류도 소홀해져
한국 외교적 가치 커져
일 우경화·미 MD추진 대치
동남아와 영유권 문제 충돌
북한과의 교류도 소홀해져
한국 외교적 가치 커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월3~4일 방한은 한-중간 우호 증진 차원을 넘어 중국의 아시아 주변국 외교의 새틀짜기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이 현재 아시아에서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않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두 나라 사이의 영토, 역사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은 아베 총리 집권 기간 동안엔 일본과 관계를 포기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동남아에서는 필리핀, 베트남과 도서 영유권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원유 시추 작업은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시위를 촉발시켰다. 중국의 ‘해양굴기’에 위협을 느낀 베트남과 필리핀은 공동대응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 연설에서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수호를 견지해 변경, 해안 방어에 철옹성을 구축하라”고 강경 방침을 거듭 밝혔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마찰이 격화한 배후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이 있다고 느낀다.
북한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뒤 북-중 관계는 같은해 5월 최룡해 당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뒤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일본과의 회담을 진행하며 중국 일변도의 외교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중국이 처한 이런 고립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이 중국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며 “중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 심화를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방한에서 판다 임대와 서울대 강연을 추진하고, 부인인 펑리위안을 대동하는 것도 대외적으로 한-중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적어도 한국이 미·일 편향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으려는 ‘매력 공세’의 일환이다.
중국은 역사, 영토 문제에서 한국과의 대일 공조를 최대한 끌어 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취싱 중국국제문제연구소장과 장환리 신화사 세계문제연구센터연구원은 28일 <신경보>에 “중국과 한국은 일본 침략전쟁 탓에 가장 큰 해를 입은 나라”라며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왜곡에 두 나라가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이 문제를 명시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신화통신>은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방한때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도입 문제에 관한 한국의 속내도 떠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기존의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중 당시 “북한 핵 보유 불능”이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명시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찾은 한국에서 굳이 북한을 자극해 반발을 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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