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공조로 한국이 미-일 치우치지 않는 효과 얻어”

동북아시아 외교 각축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중국 전문가들 ‘시진핑 방한’ 성과 분석

일 우경화 대항한 연대 강화 꼽아
대북 경고도 한단계 격상 평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 중국 외교,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일본 우경화와 군국주의에 대한 중-한 연대 강화’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항해 한-중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연대했다고 평가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원장은 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중-한 두 나라는 일본 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행사와 역사 왜곡, (댜오위다오와 독도 등) 영토 문제와 관련한 움직임에 대해 공통의 우려를 지니고 있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와 일본 내 양심세력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시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 당시 한-중이 함께 일본에 맞서 싸운 점을 언급하고, 한국에 종전 70주년 행사를 함께 열자고 한 발언을 들며 “일본의 우경화가 현실적인 위협임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중 정상이 공동 성명에서는 외교관례상 일본에 대한 비판을 명시하는 것을 피했지만, 이튿날 오찬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비판하면서 확실한 공감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성과 및 정상 간 주요 논의 내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특히 중국은 한국이 미-일 공조에 적극 참여하면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는데, 일본에 대항한 공조 공감대를 이룸으로써 한국이 미-일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청롄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 주임은 “양국이 연내에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는데 노력을 강화하자고 한 것은 시 주석이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은 사실 중국에 있어 경제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외교적인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한국과 먼저 협상을 타결해 일본을 압박하려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두 나라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때보다 한단계 높은 경고를 했다고 평가했다. 자오후지 중국 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북한 핵개발은 일본 등 주변국 핵확산을 초래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빌미를 제공한다”며 “시 주석은 방한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에 어느 때보다 강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자칭궈 원장도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한해 관례를 깸으로써 중-북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드러냈다”며 “특히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향후 중-북 관계에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암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정상이 일본과 북한에 관해 일정 부문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켰다고 분석했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조가, 중국은 일본 견제에서 한국의 협조가 필요했다”며 “두 나라의 입장 차이는 남았지만, 큰 틀에서 전략적인 협조를 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전 불거졌던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도입 문제에 관해선 전문가들은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엠디에 반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