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전략경제대화서 격돌
동·남중국해 영유권 두고 비판
해킹·종교·인권 문제도 거론
중 “영토분쟁 편들지말라” 반발
북 비핵화엔 한뜻…해법은 달라
동·남중국해 영유권 두고 비판
해킹·종교·인권 문제도 거론
중 “영토분쟁 편들지말라” 반발
북 비핵화엔 한뜻…해법은 달라
미국과 중국이 10일 폐막한 전략경제대화에서 서로의 팽팽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미국은 사이버 해킹 문제와 동·남중국해 분쟁은 물론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거세게 압박했고, 중국은 기존 태도를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 쪽 대표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전략대화가 끝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사이버 해킹 문제에 관해 중국 쪽과 솔직한 대화를 했다”며 “사이버 해킹에 의한 지식재산권 훼손은 미국 기업의 기술 혁신과 투자 의지를 꺾어놓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회견에 나선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사이버 공간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훼손해선 안 된다.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 5월 미국이 사이버 해킹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한 것은 중국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란 의미를 담은 발언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일부 매체와 인터넷 회사가 중국을 해킹국가라고 음해하고 있다”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동·남중국해상 영유권 분쟁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 국무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다. 미국에 (영토 분쟁에 대해)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9일(현지시각)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를 인용해 “케리 장관이 ‘중국은 국제 해양법을 준수하고 인근 해역에서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 어떤 나라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해선 안 된다. 지역의 조화를 깨고 새 질서를 만들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작심한 듯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최근 몇달간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과 변호사, 언론인들이 체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티베트와 위구르족 문제도 언급하며 문화, 종교, 인종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는 “케리 장관이 거침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 국무위원은 “중국은 대만과 시짱(티베트) 문제에서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막식 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시 주석은 “사회제도와 역사의식, 경제발전 수준 등 여러 분야에서 차이가 있는 미국과 중국은 상대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서로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며 해상 영유권 분쟁과 인권 문제 등에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쪽은 위안화 환율 문제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당국이 환율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지만, 왕양 부총리는 “중국이 너무 빨리 환율을 개혁하는 것은 근본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북한 문제에 관해 양쪽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각론은 달랐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대북한 유엔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압박에 무게를 뒀으나, 양 국무위원은 “협상을 통한 비핵화 실현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해 대화에 방점을 뒀다.
미국과 중국은 △대형 군사훈련 핫라인 구축 △기후문제 공동 대처 △상호 투자협력 확대 등에 합의했으나, 이번 대화에서는 깊어진 양국간 갈등이 오히려 도드라졌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두 나라가 협력을 모색하는 게 이전보다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이미 경제, 국제정세 부분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계속 대화와 타협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대표단을 만나 “구동존이의 정신으로 대화하고 소통해 대립을 줄여가자”고 성의를 표시했다.
베이징 워싱턴/성연철 박현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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