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중국 공산당 전 상무위원(오른쪽 셋째)이 2006년 1월31일 구이저우 구이양의 공안 사무실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공안부장을 맡고 있던 그는 2007년 10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로 승진해 중국 공안·사법 분야를 총괄했다. 구이양/AFP 연합뉴스
저우융캉 조사 의미
중 건국뒤 조사받은 ‘최고위급’
상무위원 ‘불처벌’ 불문율 깨져
시, 장쩌민·후진타오 반발 넘고
“덩샤오핑 뒤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건국뒤 조사받은 ‘최고위급’
상무위원 ‘불처벌’ 불문율 깨져
시, 장쩌민·후진타오 반발 넘고
“덩샤오핑 뒤 가장 강력한 지도자”
드디어 중국 부패의 큰 호랑이가 그물에 걸렸다.
중국 공산당이 29일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부패에 관한 한 호랑이와 파리까지 모두 잡겠다”고 선언한 시 주석은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마저 깨뜨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과시했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인 2007년 10월 정치국 상무위원(권력서열 9위)으로 승진한 이후 중국의 공안·사법·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맡아 ‘사법기관의 차르’로 불릴 정도로 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몰락하게 된 데는 지난해 부정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의 결탁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우융캉은 보시라이의 후원자로서, 보시라이에 대한 사법처리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3월엔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시진핑의 국가주석직 취임을 막기 위해 군사정변을 도모했다는 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저우융캉과 일가의 엄청난 부패가 시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의 핵심 표적이 되면서 그의 몰락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래 최초의 상무위원 부정부패 조사로 시진핑 주석은 취임 1년 반 만에 강력한 권력기반을 구축했음을 보여줬다. 공산당 내부에서는 저우융캉을 처벌하면 앞으로 최고위급 지도자들의 ‘면책특권’이 사라지게 된다며 반발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융캉 처벌이 당내 복잡한 파벌 간 갈등을 격화시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엔 <파이낸셜 타임스>가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부패 척결 행보가 지나치게 빨라선 안 된다. 반부패 전선을 과도하게 확대해선 안 된다’고 사실상의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원로들을 비롯한 당내 반발을 넘어섰다. 그동안 중국 정치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원로정치의 그림자마저 극복한 셈이다.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시 주석이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미 지난해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이후 국가안전위원회 주석, 인터넷 영도소조 조장, 중앙전면심화개혁 영도소장 등 10여개 조직의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시 주석의 주요 발언과 지시사항을 묶은 <시진핑 총서기 중요발언 독본>도 출간됐다. 시진핑 주석 취임 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그의 이름이 4000번 넘게 언급돼 전임자인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이 취임 뒤 같은 기간 동안 언급된 횟수의 갑절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시(習)황제’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은 집단지도체제의 일원이 아니라 독보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지난해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에 이어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댐으로써 부정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증명했다. 시 주석은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공산당의 집권도 위협받는다”며 부패 척결을 제1의 국정과제로 밀어붙여왔다.
시 주석의 칼날이 다음엔 어디까지 향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안팎에선 리펑, 원자바오 전 총리와 허궈창 전 상무위원, 후진타오 전 주석의 비서실장 격이었던 링지화 당 통일전선부장의 부패 연루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위안징둥 시드니대 교수는 “총리급까지 조사가 전개되면 그야말로 당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어서 저우융캉에 이어 다른 최고위급에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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