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윈난성 지진 사망자 400명 육박
3일 중국 남서부 윈난성 자오퉁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 밀집지역의 지하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다. 폭우로 구조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신화통신> 등은 4일 “윈난성 자오퉁시에서 발생한 규모 6.5의 지진 탓에 현재까지 적어도 398명이 숨지고, 1900여명이 다쳤다. 가옥은 7만9000여채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지역별로는 진앙지인 루뎬현에서 302명, 차오자현에서 66명, 취징시 후이쩌현에서 10명 등이 숨졌다. 중국 매체들은 실종자가 3명이라고 전했지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000여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인근 주민 22만9400여명은 학교와 병원 등에 마련된 구호시설로 대피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4일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산사태가 일어난 일부 산간 오지에는 구조대가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기상당국은 비가 6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중국은 군과 경찰, 소방대원 등 5000여명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군은 이날 대형 수송기 2대와 구조 헬기 6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구조대원들은 지진 발생 뒤 잔해에 묻힌 생존자가 연명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인 이른바 ‘황금의 72시간’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구조대원들이 저승사자와 시간을 두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반 불안정한 곳에 인구 밀집
집 8만채 무너져…대부분 흙벽돌집
폭우내려 ‘설상가상’ 피해 커질듯
“저승사자와 시간을 두고 사투”
이 과정에서 22살의 농민이 흙더미 속에서 19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루뎬현 룽터우산진의 한 부부는 호미와 곡괭이 등으로 무너진 집 안에 있던 10살, 6살, 4살, 2살짜리 아이 넷을 구해 10여㎞를 달려 병원에 옮겼다. 같은 현의 한 남성은 지진으로 허리를 다친 94살의 노모를 손수 만든 나무 들것에 실어 2시간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청두에서 고향집을 찾은 일가족 6명은 도착하자마자 터진 지진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딸과 손자 등을 잃은 노인은 망연자실했다.
리커창 총리는 4일 오전 전용기편으로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리 총리는 윈난성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끝까지 구조작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독려했다. 그는 진흙과 건물 잔해가 널린 길을 따라 5㎞를 걸어 루뎬현 룽터우산진에 도착한 뒤 현장을 둘러보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인명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번 지진은 진도가 6.5로 규모가 컸던데다 진앙지가 지하 12㎞로 얕아 피해가 컸다. 게다가 루뎬현은 42만9000여명의 주민이 밀집 거주해 인구밀도가 1㎢당 265명이나 된다. 천후이중 중국지진국 연구원은 “지역 가옥들은 대부분 굽지 않은 흙벽돌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지형이 매우 불안정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쑨스훙 중국지진네트워크센터 연구원은 <중국신문망>에 “루뎬현 등은 평소에도 자주 산사태가 일어났던 곳이다. 지진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진 직전 조기경보가 제대로 작동해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 <중국신문망>은 “윈난성 자오퉁 지진국과 쓰촨성 청두시 재해대책연구소가 공동 설립한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자오퉁시와 쿤밍시의 26개 학교에 각각 지진 발생 10초 전과 57초 전 조기경보를 발동했다”고 보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쪽은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은 윈난성 리장은 자오퉁시에서 서쪽으로 450㎞가량 떨어져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집 8만채 무너져…대부분 흙벽돌집
폭우내려 ‘설상가상’ 피해 커질듯
“저승사자와 시간을 두고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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