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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당국이 위구르인 2000명 학살”

등록 2014-08-06 20:02수정 2014-08-07 00:01

7월말 신장 사처현서 유혈충돌
망명 위구르족 단체 ‘학살’ 주장
“무차별 사살한 뒤 주검 은폐”
중 정부는 “96명 사망”…진실 공방
96명 대 2000여명.

‘중국 민족문제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사처현(야르칸드)에서 지난달 28일 발생한 유혈 충돌 사망자 수를 두고 중국 당국과 망명 위구르족 단체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망명 위구르족 단체인 세계위구르협회(WUC) 레비야 카디르 의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사처현에서 중국 당국이 최소 2000여명의 위구르인을 살해했다”며 “이는 2009년 우루무치 유혈사태 당시 숨진 200명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로 국가가 자행한 학살이자 명백한 테러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처현 사태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유혈 충돌이다.

중국 당국은 애초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사처현에서 테러가 일어나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난 3일에야 <신화통신>을 통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과 연계된 단체가 경찰서를 포함한 관공서를 습격해 테러분자 59명과 민간인 37명 등 96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고 밝혀,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처현 위치도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처현 위치도
하지만 카디르 의장은 “사건 발생 당일 중국 무장경찰과 공안 등이 무차별로 집회에 나온 위구르인들에게 발포하고, 가택을 뒤져 2000여명을 숨지게 했다”며 “이후 통금을 실시해 해당 지역을 봉쇄한 뒤 주검을 처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집회는 경찰이 히잡과 부르카 등 전통 복장을 한 일가족 5명을 사살한 사건을 두고 주민들이 경찰서에 항의하러 가면서 시작됐다”며 “경찰은 집회를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해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 이에 주민들은 경찰과 공무원 등을 공격하고 경찰차를 부수며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카디르 의장의 발언이 사실인지는 분명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현지 한족과 위구르족 주민들 모두 ‘사상자 수가 당국의 발표를 훨씬 웃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처현의 한족 여성 사업가는 “한족을 포함해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며 “현지 분위기는 내전 중인 이라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 위구르족 상점 주인도 “현의 일부 지역은 주민 대부분이 숨져 유령 마을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사처현에서는 2일까지도 총성과 비명이 이어지고 하루종일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고 보도했다. 사처현에서는 유혈 충돌 다음날인 29일 친중국 성향의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쥐머 타히르가 피살됐다.

정확한 진상과 사상자 수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 당국의 조처는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장춘셴 신장위구르자치구 당 서기는 2일과 5일 간부회의에서 연이어 “총력을 다해 궁지에 몰린 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4일부터 제13회 신장지구 체육대회를 주최한 커라마이시는 대회가 끝나는 20일까지 “부르카와 히잡, (이슬람의 상징인) 반달 모양이 있는 옷을 입거나 구레나룻을 기른 젊은 남성들은 버스를 탈 수 없다”는 규정을 발동했다. 헐렁한 전통복장 속에 폭발물을 숨기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루무치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라이터나 생수, 음료수 등을 휴대한 주민들의 버스 탑승을 금지시켰다.

중국 당국은 올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장 방문 당시 벌어진 우루무치역 폭발 테러와 지난해 10월 천안문(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차량 폭발 테러 이후 신장 지역에 사실상의 계엄령을 발동해 철권 통치를 하고 있지만 ‘대한족주의’에 기댄 소수민족 차별정책 탓에 위구르족의 반발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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