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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 신임 얻은 왕치산 ‘부패 박멸’ 칼끝 어디까지

등록 2014-08-24 20:10수정 2014-08-24 21:19

저우융캉 부패혐의 낙마뒤 부각
취임뒤 고위급 30명 내려앉혀 

시진핑과 오지 함께 간 ‘동지’
사스 수습 경험 등 능력 인정
산시방 기율 위반 혐의 조사중
“왕치산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오?”(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등 원로)

“아닙니다. 왕치산은 이전에도 수많은 난제들을 잘 처리해냈습니다. 좀더 가도 됩니다.”(시진핑 국가주석)

한 중국 관료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힌 중국 최고위층의 대화 내용이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조사 발표를 앞두고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대화는 왕치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에 대한 시 주석의 굳건한 신임을 방증한다.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 사상 처음으로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던 저우융캉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뒤, 중국 공무원 사회는 왕치산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통이던 왕치산은 지난 1년반 동안 시진핑 주석의 제1 국정목표인 ‘부패척결’의 야전 사령관으로 변신했다. ‘호랑이 잡는 저승사자’, ‘현대판 포청천’ 등이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별명이다. 그가 기율위 서기로 취임한 뒤 지난 한햇 동안 30여명의 부부장(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부패 관련 조사를 받은 공산당원은 18만2000여명으로 1~2만명 정도였던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왕 서기와 가까운 한 지인은 그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한다. “왕치산은 공산당원의 정신 세계를 뿌리째 바꿔 공산당 초기 시절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인민을 위해 고난을 마다않던 그 시절로 말이다.” 왕치산은 “부정부패 척결 없이는 당의 집권도 위태롭다”는 시진핑의 위기 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는 기율위 서기 취임 초 ‘혁명은 부패한 사회에서 물질적 조건이 호전되는 시기에 일어난다’는 내용을 담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앙시엥레짐과 프랑스혁명>을 관리들에게 권하고 독후감을 써내도록 지시했다. 반부패 드라이브로 인한 투자, 소비 위축 탓에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1.5%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왕치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야오이린 전 부총리의 사위인 왕치산은 태자당(혁명 원로·고위 간부 자제 중심의 정치파벌)으로 분류되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고 부패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왕치산과 시진핑은 문화대혁명 시기 산시성 옌안 인근의 오지로 하방된 경험을 공유하는 오랜 동지다. 왕치산은 베이징 시장 시절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혼란을 수습했고, 이후엔 경제 담당 부총리로 세계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등 ‘특급 소방수’ 능력을 발휘해 왔다. 시진핑은 그런 왕치산에게 ‘당을 구할 책임’을 맡겼다. 일인자의 전폭적인 신임을 업은 왕치산은 철저한 저인망식 조사로 저우융캉과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의 거물들의 부패를 처벌했다. 한 중국 관리는 “‘왕치산은 기율위에 자백이 아닌 증거 수집에 심혈을 기울이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치산의 부패 수사는 이제 ‘산시방(광산업이 발전한 산시성을 배경으로 한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 당 기율위는 23일 “산시성 성도인 타이위안의 당위원회 서기인 천촨핑과 비서장인 녜춘위를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 산시방의 대부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절 비서실장격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 통일전선부장으로 알려져 있다. 링 부장의 형인 링정처 산시성 정협 부주석은 이미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기율위가 최근 장둥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전 국장을 조사하고 공직자들의 해외 은닉재산 조사를 강화한 것을 두고 ‘경제통’인 왕 서기가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공직자들의 은닉 재산 적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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