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박멸’ 사정 지속 뜻 밝혀
정가선 링지화 통일전선부장 꼽아
정가선 링지화 통일전선부장 꼽아
중국에서 부패 척결을 지휘하고 있는 왕치산(66)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가 다음 ‘사냥감’을 묻는 물음에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처벌에 멈추지 않고, 사정의 칼날을 계속 휘두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왕 서기는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부패 척결을 주제로 강연했다고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300명 가량의 정협 위원들은 강연 뒤 40여분 동안 질의하며 관심을 보였다. 왕 서기는 ‘(지난달 말 부패 혐의로 낙마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뒤에 잡아들일 다른 호랑이가 있느냐’는 한 위원의 물음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뿐 답하지 않음)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다시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나오자 “나중에 천천히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가는 ‘저우융캉 다음 순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칭린, 허궈창, 쩡칭훙 등 전 상무위원의 이름이 회자되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 통일전선부장이 꼽힌다. 친형인 링정처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을 비롯해 그의 세력 기반인 ‘산시방’(산시성의 광산업을 기반으로 한 세력) 주요 인사 4~5명이 최근 줄줄이 낙마했다. 링 부장은 저우융캉과 함께 시 주석의 집권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 서기는 ‘부정부패 조사는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 이후의 일만 대상으로 하느냐’란 물음에 “아니다. 부패는 부패일 뿐이다.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패한 관리는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제일 겁낸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세상이다”라며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고발에 긍정적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왕 서기는 “지금은 공무원들이 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단계에 왔다. 향후 홍콩과 싱가포르의 반부패 제도를 참고해 부패를 저지를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공보>는 “기율위 서기가 직접 정협 회의에 나와 강연하고 질문에 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아마 위정성 정협 주석이 직접 부탁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저우창 중국 최고인민법원장은 26일 주최한 기강 확립 회의에서 “저우융캉 조사는 중국 공산당의 자기정화 능력과 혁신을 향한 용기를 보여줬다”며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지위고하나 당 경력의 길고 짧음을 떠나 법이나 기율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권력이나 당원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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