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쪽 설명회장 앞에서 시위
“제도 개악” 완전한 직선제 요구
5천명, 중국정부에 항의 집회
“제도 개악” 완전한 직선제 요구
5천명, 중국정부에 항의 집회
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비서장 리페이는 홍콩 란타우섬 아시아월드엑스포에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대한 설명회를 열다가 시위대의 거센 반발에 시달렸다.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실시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일부 홍콩 시민들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리페이 부비서장은 “홍콩이나 중국을 사랑하지 않은 이는 홍콩 행정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으나, 약 100여명의 홍콩 시위대는 행사장에 들어와 “(중국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라”와 같은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앞서 31일 중국 전인대는 2017년 직선제로 치러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는 “(친중국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인단 1200명 과반의 지지를 받은 애국인사여야 한다”는 안을 확정 발표했다.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사실상 ‘친중국 인사’로 제한하는 조처다. 자유로운 완전 직선제를 요구해온 홍콩 시민단체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가 이전의 간접선거보다도 개악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전인대의 결정이 전해지자 이날 저녁부터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중심이 된 시민 5000여명(시위대 추산)이 완차이의 타마 공원에 모여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베니 타이 홍콩대 부교수는 이날 집회에서 “(홍콩은) 시민 불복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시위대 중 수백여명은 홍콩 입법회 건물 앞에서 부부젤라를 불며 “가짜 민주주의는 집어치워라” 같은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리페이 부비서장이 묵은 호텔로 몰려갔다.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앞으로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에밀리 라우 홍콩민주당 의장은 중국 정부의 행정장관 선거안에 대해 “1인1표제이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무도 이걸 민주주의라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중국 정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치 1면에 낸 사설을 통해 “(홍콩의) 일부 인사들은 (홍콩 통치를 규정한) 기본법의 틀 밖의 보통선거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는 심지어 사심을 갖고 홍콩의 민의를 사칭하며 홍콩의 법치 전통과 사회질서를 훼손하려 한다”며 홍콩인들의 완전 직선제 요구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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