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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항일승리’ 부각 ‘중화부흥’ 자신감 과시

등록 2014-09-01 20:00수정 2014-09-01 21:03

중국 후난성 즈장 둥족자치현 치리차오의 ‘중국인민항전승리 항복접수 기념관’ 안에 위치한 일본군 항복 조인식 장소. 국민당 장제스 정부가 항복을 받았기 때문에 ‘국부’ 쑨원의 초상화 양 옆에 국민당의 청천백일기가 걸려 있다.
중국 후난성 즈장 둥족자치현 치리차오의 ‘중국인민항전승리 항복접수 기념관’ 안에 위치한 일본군 항복 조인식 장소. 국민당 장제스 정부가 항복을 받았기 때문에 ‘국부’ 쑨원의 초상화 양 옆에 국민당의 청천백일기가 걸려 있다.
중국 후난성 즈장을 가다

3일 전쟁승리기념일 행사 앞두고
‘일본항복’ 받은곳 내외신기자 초청
일 군국주의 우경화 비판 제스처
국민당 공로 인정 대만에 화해손짓
중국 후난성 즈장 둥족자치현. 중국인들에게도 생소한 인구 37만여명의 이 소도시엔 중국 유일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69년 전인 1945년 8월21일 중국은 이곳에서 일본군의 항복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내외신 기자들을 즈장으로 초청했다.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인민항일전쟁승리기념일 행사에 즈음한 전초 행사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처음으로 항일전쟁승리기념일을 제정했다.

1일 즈장 ‘인민항전승리 항복접수 기념관’ 들머리에서 관람객을 맞은 건 흰색의 ‘수항(受降·항복을 받음)기념탑’이다. ‘중국의 개선문’으로 불리는 탑엔 당시 국민당 정부의 장제스 중화민국 국방최고위원회 위원장의 ‘위가만리(威加萬里·옛사람을 놀라게 하고 당대를 빛낸다는 뜻)’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중국 후난성 즈장 둥족자치현 치리차오의 ‘중국인민항전승리 항복접수 기념관’ 입구에 세워진 수항(受降)기념탑. 피 혈(血)자를 형상화한 탑 맨위엔 위가만리(威加萬里·옛사람을 놀라게하고 당대를 빛낸다는 뜻)라는 장제스의 글이 적혀 있다.
중국 후난성 즈장 둥족자치현 치리차오의 ‘중국인민항전승리 항복접수 기념관’ 입구에 세워진 수항(受降)기념탑. 피 혈(血)자를 형상화한 탑 맨위엔 위가만리(威加萬里·옛사람을 놀라게하고 당대를 빛낸다는 뜻)라는 장제스의 글이 적혀 있다.
기념관 왼쪽에는 일본의 항복 서명을 받았던 고동색 목조 건물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중국의 국부 쑨원의 초상화와 국민당의 청천백일기가 걸린 이 곳에서 당시 국민당 육군 총사령관 허잉친 상장이 일본 육군 중국파견군 총참모부장 이마이 다케오 소장의 항복 서명을 받았다. 항복하는 자와 항복을 접수하는 자는 겨우 2m거리를 두고 마주 앉았다.

중국 내륙의 벽지인 즈장에서 역사적인 항복 접수 의식이 치러진 것은 우연과 필연이 얽힌 결과다. 1945년 8월15일 일본 천왕의 무조건 항복 발표 뒤 장제스는 애초 18일 항저우 위산(玉山)에서 항복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일본군은 폭우 탓에 항저우 공항 활주로가 유실돼 닿을 수 없다고 알렸고, 결국 장제스는 즈장으로 장소를 바꾼다. 중국 제2의 연합군 군사 공항이 즈장에 있었던 데다 1945년 중국 육군 총사령부가 충칭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마지막 항일 전쟁을 지휘했던 점도 작용했다.

이마이 소장은 8월21일 오전 중국 공군기의 감시 속에 일본 해군기를 타고 한커우에서 이곳에 도착했고 오후 4~5시 한 시간 동안 항복 의식을 치렀다. 기념관이 공개한 당시 동영상엔 백기를 단 지프차에 오르는 이마이 소장 일행의 모습과 조인식 내내 더위와 굴욕감에 연신 땀을 훔치는 일본 대표단의 모습이 담겨있다. 일본군은 항복의 증거로 중국 대륙 내 일본군 배치도도 건넸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 즈장을 부각한 것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만과의 관계 강화라는 정치적 포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즈장에서 항복을 받아낸 주체는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이었다. 마전두 중국 제2역사당안관 부관장은 “항일 전쟁 승리는 국-공 양당이 힘을 합해 전 중국인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뒤 65년 만에 양안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등 대만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즈장을 부각하는 것은 항일 과정에서의 국민당의 공을 인정하면서, 대일 비판을 매개로 양안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함의가 있다”며 “나아가 2017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도 대만의 독립을 표방하지 않는 국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치적 셈법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한때 ‘비적’으로 폄하했던 장제스의 항일 공로 재평가 작업도 조심스레 이뤄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승리 기념행사에 중국 당국이 대만 국민당 쪽 인사들을 초청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념관 한켠엔 ‘해협양안교류 기지’라는 현판도 붙어있다.

세계 양대 강국(G2)로 불리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중국이 전승 기념의식을 통해 ‘중화 부흥’과 일본을 대신해 아시아의 맹주로 복귀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즈장/글·사진 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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