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8일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시 주석-모디 총리 정상회담
예상보다 한참 적은 보따리
‘34조원 약속’ 일본과 비교돼
모디 “국경 지역 평화가 기본”
시 주석 앞 이례적 강경 발언
예상보다 한참 적은 보따리
‘34조원 약속’ 일본과 비교돼
모디 “국경 지역 평화가 기본”
시 주석 앞 이례적 강경 발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투자 지원 보따리를 풀었다. 해묵은 국경 분쟁에 관해선 대화를 강조했다.
전날 모디 총리가 12년 동안 주 총리를 지낸 구자라트주에 도착한 시 주석은 모디 총리의 64살 생일 잔치에 참석하는 것으로 사흘간의 인도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국경 분쟁 탓에 껄끄러운 인도와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일정이다.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를 방문한 것은 2006년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8년여 만이다.
18일 수도 뉴델리로 자리를 옮겨 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경제 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은 세계 최대인 3조9900억 달러(4203조원)의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12억 인구의 인도 시장 개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역시 성장을 강조하는 모디 총리가 중국 투자 유치에 의욕을 갖고 있다. 구자라트 주 총리 시절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를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광둥성처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인도의 대륙 철도 건설 사업과 수로 관개 시설 등 사회기반시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가 역사적인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중국이 인도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중국 공상은행이 인도 인디고 항공이 항공기 30대를 빌리는데 드는 22억 달러(2조29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두 나라 사이에 24건 34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이 체결됐다.
중국의 통큰 투자는 미국과 일본의 ‘인도 끌어당기기’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인도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려는 구상을 펼쳐 왔다. 일본이 지난달과 이달초에 걸쳐 방일한 모디 총리에게 500억엔(4900억원)의 차관을 제공했고,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9~30일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모디 총리를 두 차례나 만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반면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을 잇는 인도양의 ‘진주 목걸이 전략’ 또는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완성해 안정적인 해상 자원 수송로를 확보하려 한다.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은 인도를 포위, 위협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다고”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인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공을 들였다.
두 나라 정상은 1962년 이후 50년 넘게 지속되어온 국경 분쟁에 관해서는 타협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인도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두 나라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경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위청 인도 주재 중국 대사도 <신경보>에 “국경 분쟁 등 양국간 이견은 10개 손가락 가운데 하나의 새끼 손가락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황둥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인도가 일본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 중국이 국경 긴장을 완화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 유력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시 주석이 인도에 도착한 17일 “지난주 200여명의 중국군이 인도 국경을 넘어와 불도저와 크레인을 이용해 1.2마일의 도로를 개설했다”고 보도하며 경계감을 보였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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