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거리에 학생, 시민들의 요구와 주장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빼곡한 메모속 분노·열망·불안…
렁춘잉 장관 하야 요구도 많아
렁춘잉 장관 하야 요구도 많아
홍콩 시위에는 사회자도, 대형 스피커를 통한 격정적인 연설이나 일사불란한 구호도 없다. 하지만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열망 그리고 마음 한편의 불안감은 시위 장소 주변 곳곳에 빼곡히 붙은 작은 벽보와 메모들에 그대로 드러난다.
1일 홍콩 특구 정부청사 철문 앞과 고가도로 등은 한뼘 크기의 종이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민주일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 이번 집회의 상징인 우산 로고 속에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자유는 결국 꽃피울 것이다”라고 쓴 스티커도 많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의 하야를 요구하는 메모지도 부지기수다.
이번 시위가 평화롭고 질서있는 시위라고 평가받는 것은 참가자 개개인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폭력, 평화, 이성”, “냉정하게 깨어 있자”는 글들이 눈에 띈다.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란 글과 “경찰 여러분 수고하셨으니 편히 쉬세요”란 글 속엔 홍콩인들의 자부심과 불안감이 뒤엉켜 있다.
중국 정부를 향한 격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시민은 “중국은 이스라엘이고 홍콩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다”라는 글로 홍콩을 향한 중국 정부의 강압적 정책을 비꼬았다. 또 다른 메모지의 글은 “홍콩은 중국 대륙의 짝퉁 물건을 받고 싶지 않다”며 중국 당국의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 제한 결정을 중국산 모조품에 견줬다.
홍콩인들이 아닌 대만인과 외국인들의 격려글도 간간이 붙어 있다. 한 대만인은 “저는 대만 사람입니다. 홍콩 시민들을 지지합니다”라고 써 붙였다.
홍콩/글·사진 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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