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킴와 홍콩이공대 사회정책연구센터 주임
‘시위광장 강연’ 청킴와 교수 인터뷰
민주적 정체성에 익숙한 젊은이들
기성세대보다 더 큰 분노 느껴
용감하게 나선 학생들 자랑스러워
민주적 정체성에 익숙한 젊은이들
기성세대보다 더 큰 분노 느껴
용감하게 나선 학생들 자랑스러워
“보십시오. 이게 바로 억눌려온 홍콩 시민의 소리입니다.”
30일 밤 폭우 속에서도 홍콩 도심 공민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 학생들이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자 청킴와 홍콩이공대 교수(사회정책연구센터 주임)는 자랑스레 말했다. 이날 밤 ‘움직이는(流動) 민주학당’을 연 그는 쇼핑카트에 확성기를 올려놓은 채 대학생들에게 즉석 민주주의 강연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50여분의 강의를 끝마친 뒤 <한겨레>와의 거리 인터뷰에 응한 그는 “홍콩 시민의 말을 무시하는 중국, 홍콩 정부와 젊은이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홍콩의 불평등이 이번 시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대규모로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한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홍콩 시민의 높은 교육, 민주주의 수준을 무시한 처사다. 홍콩 시민과 학생들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쌓인 중국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시위의 주축이 학생들인 이유는?
“중국 정부는 1997년 영국에서 홍콩을 반환받으며 분명히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이유를 대며 계속 약속을 어겨왔다. 홍콩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민주적 정체성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 젊은이들의 민주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더구나 홍콩에선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점점 더 잘살지만 젊은이들은 치솟는 집세와 일자리 부족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기성세대보다 깊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4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중국 당국이 홍콩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정장관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국양제 원칙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두번째는 1989년 천안문 사태처럼 전격적으로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무력 진압하는 것이다. 이 역시 중국 정부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 현실적이지 않다. 셋째는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 제도는 바꾸지 않되 다른 유화책을 내놓는 것이다. 현재 친중국 성향인 행정장관 후보 선거인단(1200명) 구성을 일정 부분 바꾸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은 중국 정부가 별다른 조처 없이 시위대의 규모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마지막 네번째 방안을 선택하려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왜 민주학당 강연에 나섰나?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나섰는데 교수로서 반드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신념을 심어주는 일 말이다. 민주주의는 참여다. 집회에 나와 용감하게 의견을 표시하는 학생들이 자랑스럽다. 이번 시위가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가슴속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노력한다면 홍콩의 완전한 민주화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
홍콩/글·사진 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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