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홍콩 애드미럴티 역 앞에서 열린 노천 ‘민주교실’ 강의를 시위 학생들이 경청하고
있다. 홍콩/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교수들이 직접 나서 거리 강연
센트럴 주변 10여곳서 매일밤 열려
생생한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센트럴 주변 10여곳서 매일밤 열려
생생한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2일 밤 자유로운 행정장관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의 중심인 홍콩 애드머럴티 역 앞. ‘민주교실’이란 펼침막이 걸린 도로변에서 즉석 민주화 강의가 펼쳐졌다.
강의에 나선 홍콩 중문대 강사 스티브 정은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를 배우자”고 강의했다. 한밤에도 29℃가 넘는 무더위에 습기에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까지 가세했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고 강의를 경청했다. 약 100m 가량 떨어진 홍콩 정부 청사 앞에서도 열띤 강의와 자유 발표가 이어졌다. 육교 기둥엔 ‘학교엔 가지 않지만 배움을 멈출 순 없다’는 글이 붙어있다. 강단이라고 해야 단상도 없는 천막과 소형 마이크가 전부였다. 매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든 센트럴 주변에선 매일 밤 이런 10여개 가량의 민주화 노천 교실이 열리고 있다.
스티프 정은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자 홍콩 여러대학 교수들이 모여 ‘비록 학교 안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거리 강의를 조직했다. 지금까지 거리 강연에 참가한 교수만해도 60~70명이 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각자 전공만 공부하던 학생들이 사회와 민주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던 한 대학생은 “여기는 민주실현의 장이다. 교수들을 포함해 누구나 강단에 오를 수 있다”며 “발언 내용도 민주화부터 홍콩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 시위대에 대한 격려 등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거리 행진이나 민중가요 등 문화 공연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홍콩 시위 현장에서 ‘거리의 학당’은 활력소이자 생생한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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