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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홍콩 정부-시위대 ‘대화’ 합의했지만…반시위 세력과 충돌

등록 2014-10-03 19:24수정 2014-10-03 22:40

홍콩 학생 시위대가 3일 행정장관 집무실 건물로 들어가려는 구급차를 막으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 당국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도 렁춘잉 행정장관의 사임을 계속 요구하면서, 행정장관 집무실을 에워싼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학생 시위대가 3일 행정장관 집무실 건물로 들어가려는 구급차를 막으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 당국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도 렁춘잉 행정장관의 사임을 계속 요구하면서, 행정장관 집무실을 에워싼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우산혁명’ 르포

행정장관, 사퇴 요구 거부하며
“정치개혁 방안 논의하자” 제안
학생연합회 “대화 참여” 밝혀

경찰 시위진압용 장비 배치
시위 반대 세력은 공격 나서
시위대 “공격 계속땐 대화 안할것”
시위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온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대와의 대화를 제안하면서, 홍콩 정부와 시위대가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행정장관 집무실을 포위한 학생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친중국 세력 등과 민주화 시위대의 충돌이 벌어지자 시위대가 대화 거부 가능성을 밝히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학생 시위대가 렁춘잉 행정장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며 퇴진 시한으로 통보한 3일 0시 직전, 렁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사퇴 요구는 거부했지만, “캐리 람 정무사장이 정부 대표로서 학생 대표와 만나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하도록 지시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는 3일 새벽 성명을 내어 정치개혁에 중점을 두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렁 장관은 진정성을 잃었다”며 그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 시위대는 2일부터 행정장관 집무실을 포위한 채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진압용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배치해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3일 오전에도 구급차와 경찰 식수·식품 등을 실은 차량의 행정장관 집무실 청사 진입 여부를 두고 경찰과 수백명의 학생 시위대 사이에 잠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어제 경찰이 우리를 속였다. 배급 차량이라고 해놓고는 고무총탄과 최루탄 등을 실은 차량을 청사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며 이를 보도한 홍콩 신문을 펼쳐 보였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대와 시위를 비난하는 시민들 사이의 충돌까지 벌어졌다. 3일 오후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여러 곳에서 각각 수백명 규모의 친중국 세력 등이 확성기를 들고 “경찰을 지지한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주화 요구 시위대의 텐트와 바리케이드를 허물려다 충돌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나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교사라고 밝힌 빅터 마(42)는 “시위에 신물이 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시위대를 비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학생 대표와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등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 “정부가 시위대를 겨냥한 조직적인 공격을 막지 않는다면,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중 단체들은 민주화 세력의 상징인 노란 리본에 맞서는 뜻으로 ‘파란 리본’ 캠페인 개시를 선언하고, 4일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더 큰 충돌이 우려된다.

정부를 불신하는 시위 학생들은 정부와의 대화가 진정한 해결로 이어질지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콩전업교육학원 학생인 류아무개는 “정부의 대화 제안은 진정성이 없다. 렁춘잉은 애초 중국 말만 듣는 사람 아닌가. 중국 정부로부터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학생들이 지치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대 학생 푼아무개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 우리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정부가 우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과학기술대의 한 학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가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다”며 불안감을 털어놓으면서, “정부가 우리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도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3일 센트럴 거리의 육교엔 학생 시위대가 걸어놓은 ‘부모님들은 우리를 위해 울지만, 우리는 미래를 위해 웁니다’라고 적힌 검은 펼침막이 눈에 띄었다.

결국 이번 주말 민주화 시위가 어느 정도 규모로 계속될지, 홍콩 시민들의 여론이 계속 시위대를 지지할지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연휴가 끝난 3일 출근길에 나선 은행원 케빈 루는 ‘시위를 어떻게 보는가, 불편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대학생 친구들이 하는 일을 충분히 이해한다. 어제는 휴일이라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가했고, 직장 노조의 시위대 지지 모금에도 동참했다”며 “이번 사태가 홍콩 증시와 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동북아의 금융 허브로 홍콩만한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홍콩/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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