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5일 홍콩 구룽반도 몽콕의 도로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곳에선 3일 밤 친중국 단체 회원들이 시위대한테 물병 등을 던져 양쪽의 충돌로 여러명이 다쳤다. 홍콩/AP 연합뉴스
인민일보 “시위대 ‘색깔혁명’ 시도”
시위를 ‘공산당 통치 도전’으로 규정
시위를 ‘공산당 통치 도전’으로 규정
홍콩 시위를 보도하지 않던 중국 관영 언론들도 일제히 시위대에 융단폭격을 퍼붓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일 1면에 논평을 실어 “극소수가 홍콩 시위를 이용해 중국 본토에 ‘색깔 혁명’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백일몽에 그치고 말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가 이번 시위를 중국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색깔 혁명’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홍콩 시위를 중국 공산당 통치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는 뜻이다. <신경보>와 <경화시보> 등도 같은 내용의 평론을 게재했다. <인민일보>는 5일에도 “시위대는 절대 다수 홍콩 시민의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있다”며 “중국 정부야말로 일국양제 원칙과 민주를 동시에 지키는 홍콩 민주화의 가장 큰 조력자다”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도 5일 “홍콩 시위을 보도하는 서방 매체에는 반중국적인 시각이 담겨있다”는 카시비스와나딴 샨무감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을 부각하며 국제여론도 시위대를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신문망> 역시 “시위로 인해 모든 생업 종사자들이 이루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고통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3일 저녁 ‘걱정하는 아저씨’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방영했다. 이 동영상에는 자신을 가장이라고 소개한 건설 노동자가 “학생들은 시위 지도자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속히 걱정하는 부모들에게도 돌아가라. 부모도 자녀들에게 돌아오라는 문자를 보내야한다. 시위 지도부는 홍콩을 정녕 혼란에 빠뜨리고 죽이려 하느냐”며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송은 “이 동영상이 중국 인터넷에서 4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동안 홍콩 시위를 무시했던 중국 관영 언론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시위의 원인에 관해선 도외시한 채 혼란만 언급하며 대대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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