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중심지인 홍콩 정부청사 앞 타마르 광장에 시위대가 만든 우산을 든 사람 조형물이 서 있다. 25년 전 베이징의 천안문(톈안먼) 시위 당시 세워진 10m 높이의 ‘민주의 여신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조형물은 이번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펴들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25년 전 천안문 ‘민주의 여신상’ 떠올리는…
정부-시위대 대화 ‘평행선’
정부-시위대 대화 ‘평행선’
2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학생 대표 쪽은 충돌을 자제하며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대가 점거한 정부청사 진입로를 포함한 여러 도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6일 ‘최후통첩’시간이 지났지만, 경찰의 시위대 강제 해산은 없었다. 학생들은 경찰한테 진압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애드미럴티에 있는 정부청사 진입로 점거를 부분적으로 풀어 공무원들의 출근길을 열었다. <명보>는 “출근하는 공무원들 중에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표시로 노란 리본을 단 사람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센트럴과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도심 곳곳의 점거는 풀지 않았다. 현재 시위대 규모는 주말에 견줘 줄어들었다. 시위대 내부에서는 도심 점거 시위를 지속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명보>에 “시위가 길어지면 모두 지치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다시 거리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쇼핑가인 몽콕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찬아무개는 “정부가 행정장관 선거 완전 자유직선제를 받아들일 때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몽콕 거리엔 ‘몽콕에서 철수하면 애드미럴티 시위도 오래 갈 수 없다’는 펼침막이 걸렸다.
이날 홍콩 완차이와 중서부 지역의 중·고교는 일주일 만에 정상 수업을 재개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대학생이나 일반 시민들과 더불어 이번 시위의 한 축이다.
정부 쪽과 대학생 단체 쪽은 조심스레 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난항이다. 홍콩 대학생단체인 전상학생연회(학련)의 알렉스 초우 비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쪽의 라우콩와 정치개혁·본토사무국 부국장과 5일 밤부터 만나 대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도심에서 철수하기 어렵다. 비극이 일어난다면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쪽에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정부와 학생간 동등한 대화 자격, 정부의 성실한 회담 결과 이행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초우는 “공은 정부 쪽에 넘어갔다. 정부가 7일까지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중심지인 정부청사 앞 타마르 광장에는 널빤지 조각으로 만든 조형물이 등장했다. 25년 전 베이징의 천안문(톈안먼)시위 당시 세워진 10m 높이의 ‘민주의 여신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조형물은 이번 시위의 상징인 우산을 펴든 3m 높이의 사람 형상이다. ‘밀크’란 가명으로, 비디오촬영학과를 졸업한 홍콩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2살의 제작자는 “시위대가 우산을 펴 경찰의 최루액 발사를 막아내는 모습에 감명받아 친구 10명과 일주일 동안 만들었다”며 “이곳에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문 민주의 여신상과의 연관성을 묻는 물음엔 “그런 것은 아니다. 저항의 상징은 아니다”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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