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60·사진 오른쪽) 행정장관
호주 기업과 ‘69억 자문료’ 탄로
야당 “편의 봐줬다면 탄핵 사유”
홍콩정부 학생과 대화 돌연 취소
야당 “편의 봐줬다면 탄핵 사유”
홍콩정부 학생과 대화 돌연 취소
홍콩 시위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렁춘잉(60·사진) 행정장관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400만파운드(69억여원)의 거액 자문료를 받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홍콩 야당 의원들은 “탄핵 사유가 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홍콩 정부는 9일 밤 “학생들이 새로운 시위를 선동한다”며 10일로 예정됐던 학생 대표와의 대화를 돌연 취소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페어팩스 미디어>는 8일 “렁춘잉 장관이 2011년 행정장관 선거 출마 선언 닷새 뒤인 12월2일 오스트레일리아 기업 유지엘(UGL)과 2년 동안 400만파운드를 받는 조건으로 자문계약을 맺었다”며 “렁 장관은 2012년과 2013년 자문료를 받았지만 이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공업 회사인 유지엘은 2011년 12월5일 홍콩 부동산 컨설팅 회사 디티제트(DTZ)를 인수했다. 렁 장관은 디티제트의 공동창립자로 당시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책임자였다. 이 매체는 “유지엘이 아시아 사업 편의를 위해 렁 장관과 거액의 비밀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유지엘은 홍콩의 철도공사 격인 항철공사에 2008년 22대의 경전철 차량을 공급했고, 지하철 유지보수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렁 행정장관 쪽은 대변인을 통해 “계약은 렁 장관이 낙선했을 경우를 가정해 체결된 것이고, 취임 뒤 유지엘에 어떤 자문도 하지 않았다”며 “계약 역시 행정장관 당선 전에 이뤄진 것이라 현행법상 이를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 범민주파 야당 인사들은 “렁 장관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행정장관 임기 동안 특정 사기업의 편의를 봐준 것은 탄핵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앨런 렁 공민당 당수는 “렁 장관이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렸다. 그가 ‘권력 특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 증거가 나오면 탄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렁 장관이 (사퇴 요구에 이어) 새로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는 10일로 예정됐던 학생 대표단과의 대화를 갑자기 취소했다. 캐리 람 정무사장은 9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대표들이 10일 다시 센트럴의 하커트 거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선포하고 끝까지 자신들의 요구만 관철하려 한다”며 “이들이 진정성을 보이기 전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 동맹휴업을 주도한 홍콩 중문대 학생회장은 “애초 정부가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도심 점령시위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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