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문서보관서 외교문서 공개
“영국보다 민주화 기여” 주장과 달리
“마오 때부터 민주화 막아” 기록담아
저우언라이·덩샤오핑 등 직접 나서
‘영국의 홍콩 자치 확대’ 저지 주장
“영국보다 민주화 기여” 주장과 달리
“마오 때부터 민주화 막아” 기록담아
저우언라이·덩샤오핑 등 직접 나서
‘영국의 홍콩 자치 확대’ 저지 주장
중국이 마오쩌둥 전 주석 시절부터 일관되게 홍콩의 민주주의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는 영국 외교 문서가 공개됐다. 이는 “영국의 150여년 홍콩 식민통치 기간 내내 민주주의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중국 관영언론의 주장과 배치된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27일 “홍콩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공개된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의 외교 문서에는 중국이 홍콩에 보통선거 등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영국을 강력하게 압박한 기록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를 보면 중국은 1949년 공산당 집권 뒤부터 1997년 홍콩 반환까지 50년 가까이 정치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홍콩의 민주주의 제도 도입에 반감을 표시했다. 1958년 당시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는 영국의 군 고위 관계자에게 “(영국이) 홍콩의 자치를 확대하려는 조처는 아무리 작더라도 (장기적으로) 홍콩을 중국에서 독립시키려는 음모다. 이는 매우 비우호적인 조처다”라고 말했다. 2년 뒤 홍콩 문제를 담당했던 랴오청즈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은 “영국이 홍콩의 현 상태를 바꾸려 한다면 이곳을 해방시키는 결정적인 조처를 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위협했다. 1950년대 영국은 홍콩 등 식민지의 반발을 무마하려 선거를 비롯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중국의 압박은 1980년대 덩샤오핑과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홍콩 반환 협상 때도 지속됐다. 대처 전 총리가 “홍콩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미 중국과 다른 정치제도를 갖고 있다. 내 의무는 홍콩인들이 받아들일 만한 정치적 조건을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자, 덩샤오핑은 “홍콩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는 어떤 변화나 조처도 반대한다”고 일축한다. 중국은 또 1990년대 초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이던 크리스 패튼이 중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콩 입법회 의원의 절반(30명)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자 그를 향해 “악마”, “천고의 죄인”이라고 맹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영국이 중국의 위협에 움찔해 홍콩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외교 문서에 나타난 기록들은 중국 정부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사설과 평론에서 “지난 150년 동안 홍콩에는 사실상 민주주의가 없었다. 영국 식민정부와 홍콩 매체는 민주주의나 보통선거를 거론한 적이 없다. 영국보다 외려 중국이 (홍콩 반환 이후) 지난 17년 동안 민주를 위해 한 게 더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밍싱 홍콩과기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중국 정부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든 크로비츠 <월스트리트 저널> 전 발행인은 칼럼에서 “중국은 홍콩의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 도입에 반대해 왔다”며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홍콩의 민주주의가 중국 인민들의 자유화 열망을 자극하고 결국 통치에도 위협을 끼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달을 넘긴 홍콩 도심점거 시위는 소강상태 속에 지속되고 있다. 시위대 안에서는 “정치 개혁과 관련된 시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베니 타이 ‘센트럴을 점령하라’ 공동대표의 주장과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이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대학생 대표 쪽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