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러시아와 또 지중해 합동 훈련
미국 영향력 제동·대외 이미지 강화
시진핑 취임뒤 ‘강한 해군’ 강조
첫 림팩 참가 등 합동 훈련 늘려
미국 영향력 제동·대외 이미지 강화
시진핑 취임뒤 ‘강한 해군’ 강조
첫 림팩 참가 등 합동 훈련 늘려
미국과 경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 과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 9월 처음으로 중동의 걸프 해역에 군함을 보낸 데 이어 내년엔 러시아와 합동으로 지중해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지중해는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력권이다. 중국이 서방과 ‘신냉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 등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7~18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총리와 쉬치량 중앙군사위 부주석,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과 잇따라 만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인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두 나라 사이의 군사 협력은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며 “2015년 봄 지중해와 태평양 일대에서 두 나라가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중·러는 올 1월 처음으로 지중해에서도 합동 훈련을 한 바 있다. 중국의 4000t급 호위함인 옌청함과 러시아의 2만5000t급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함이 참가했다. 당시에는 지중해에서의 중·러 합동 훈련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4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른바 ‘신냉전’이 빚어진 상황에서 중·러의 군사훈련은 미국 등 서방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쇼이구 장관도 리 총리와 면담 뒤 “두 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했다. 중·러가 손을 잡고 미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군은 올들어 국외 진출과 해상 합동군사 훈련 참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해군은 9월 호위함인 창춘함과 창저우함을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에 보내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중국 군함이 걸프 지역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주요 원유 수입국인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안전한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걸프 해역의 바레인에는 미국 5함대 사령부가 있다.
또 중국 해군은 6월엔 태평양 일대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림팩’ 합동 군사훈련에서 처음 참가하기도 했다. 중국군은 하이커우호와 웨양호 등 군함 4척과 헬기 2대를 비롯해 특전부대와 잠수부대 등을 파견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를 과시했다. 중국군은 이밖에도 타이와 뉴질랜드 등에서 벌어진 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해양강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사수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한 해군’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19일 “중국군이 동·남 중국해 등 인근 해역 뿐 아니라 원양으로 진출해 군사 굴기를 과시하고 있다”며 “과거 마오쩌둥 시절 육군 위주의 군사전략이 해군과 공군력 강화로 바뀌고 있음을 시시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군사력을 유럽이나 태평양까지 투사함으로써 지역 강대국에서 세계적인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대외 이미지 강화를 꾀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선 자신의 문 앞인 동·남 중국해에서 동맹을 앞세워 아시아 회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에 견제구를 던짐과 동시에 군사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중국군의 해상 진출은 자원과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중국 남부~동남아~유럽 지중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 기반 구축까지 꾀하는 측면이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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