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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만 국민당 지방선거 참패…‘양안 밀월’ 찬바람 예고

등록 2014-11-30 20:03수정 2014-11-30 23:49

집권 여당 6석 그쳐 65년만의 대패
마 총통의 ‘친중국 정책’이 패인
제1야당 민진당 13곳 승리로 주도권
‘대만 독립노선’ 예상…중국 긴장
“국민당의 궤멸적인 패배”, “대만이 파란색(국민당)에서 녹색(민진당)으로 바뀌었다”

29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의 패배를 대만 언론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마잉주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선거에서 대만인들이 그의 친중국 정책에 명확한 반대 뜻을 밝힘에 따라 밀월을 즐기던 양안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당은 전국 6개 직할시와 현·시 등 22개 단체장 선거에서 단 6석 밖에 건지지 못했다. 2010년 선거때 15곳에서 승리했던 것에 견줘 9석이나 줄어든 것으로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쫓겨 대만으로 건너간 이후 65년만의 최대 참패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13곳(기존 6곳)에서 승리했고, 무소속 후보는 3개 광역단체장에 당선됐다.

국민당은 6개 직할시장 선거에서 신베이시를 뺀 5곳에서 모두 졌다. 특히, 수도이자 인구 269만명의 ‘텃밭’인 타이베이에서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인 롄성원 후보가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인 커원저 후보에게 17%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대패해 치명상을 입었다. 커 후보는 의사 출신의 정치 신인으로 “국민당과 민진당의 극한 대립에 가교 구실을 하겠다”며 무당파와 젊은층의 지지를 얻었다.

국민당은 이번 참패로 2016년 1월 치러지는 차기 총통 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마 총통은 29일 밤 “완전히 실패했다.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장이화 행정원장(총리)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치 평론가인 난팡숴는 30일 <명보>에 “중앙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차기 대선에서도 국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은 “마 총통이 오는 3일께 국민당 주석(당 총재)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당의 참패 원인으로는 마 총통의 친중국 일변도 정책이 꼽힌다. 2008년 취임한 마 총통은 ‘3통’(통상·통항·통신) 교류를 추진하고 2010년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양안 경제교류를 가속화했다. 올 2월과 6월엔 분단 뒤 처음으로 양안 장관급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 대학생과 시민들은 중국과의 급속한 경제 교류가 경제를 중국에 예속시키고 일자리를 없앤다며 3월 20여일 동안 혁명입법원(국회)을 점거하는 ‘해바라기 운동’을 한 바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대만인들의 경계심을 키웠다. 중국 정부는 대만에도 적용하는 ‘일국양제’ 원칙을 앞세워 홍콩 시민들의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 요구를 뭉갰다. 쉬쓰첸 대만중앙연구원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대만 유권자들이 홍콩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며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중 감정은 국민당 심판이라는 표심으로 이어졌다. 9월 대만을 강타한 폐식용유 유통 파문과 날로 커지는 빈부 격차 등도 집권 여당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마 총통의 지지율은 10% 가량에 그친다.

국민당의 참패는 양안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9일 밤 “중국은 대만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동포들이 어렵게 얻은 양안 관계 성과를 소중히 여기고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 주도권을 쥐게 된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국과의 통일을 찬성하는 비율이 12%에 그쳤다.

왕웨이난 상하이 교통대 대만연구센터 연구원은 “양안의 평화 발전이 큰 장애에 부딪힐 것”이라며 “민진당은 양안 관계에 소극적이다. 중국도 대만 정책을 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지도부가 2016년 대선 이후엔 비우호적인 민진당과 맞닥뜨릴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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