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수천명 출입구 봉쇄
경찰, 무력 동원해 강제 해산
여론 외면에 기세 한풀 꺾여
경찰, 무력 동원해 강제 해산
여론 외면에 기세 한풀 꺾여
사그라들 기미를 보였던 홍콩 도심 점거 시위가 학생들의 정부청사 봉쇄 시도로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섰다.
홍콩 대학생연합단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와 중·고등학생 단체인 학민사조 지도부는 지난 30일 밤 9시를 기해 ‘정부청사 봉쇄’ 를 선언했다. 알렉스 초우 학련 비서장은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완전한 홍콩 행정장관 자유선거가 관철될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렁춘잉 행정장관의 집무실이 있는 홍콩 특구 청사와 입법회 건물 주변에 모였던 수천명의 학생들은 노란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청사 출입구들을 봉쇄했다.
이에 경찰은 1일 오전까지 4500여명을 동원해 이들의 봉쇄를 뚫었다. 경찰이 최루액과 곤봉을 동원하면서 40여명의 학생들이 다치고 수십명이 연행됐다. 경찰 당국은 “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일부 시위대의 가방 속에서 몽둥이와 벽돌 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부 청사 앞 잔디밭에 설치돼 있던 30개의 시위대 텐트도 철거했다. 1일 오전 한때 정부 청사 옆에 위치한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청사 건물에 연기가 피어났으나 이는 주방에서 발생한 단순한 화재로 밝혀졌다. 오전 잠시 폐쇄됐던 정부 청사 건물은 오후 들어 다시 업무를 재개했다.
학생 지도부의 청사 봉쇄 시도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시위대와의 대화나 타협 가능성을 전혀 열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 점거 운동의 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나왔다. 하지만 하강세인 시위의 동력을 다시 채우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각종 홍콩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80% 가량은 “도심 점거 시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가 되자 청사 봉쇄에 실패한 학생 시위대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시위 참가자들이 ‘모두 너무 지쳤다. 청사 출입구를 막기엔 시위대의 수가 모자란다. 경찰이 쉽게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면서 지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시위 학생들은 “지도부가 지도력이나 목표가 없다”며 내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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