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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당나라 때 영광 다시한번”…중국, 육·해상 ‘신실크로드’ 뚫기

등록 2014-12-07 19:57수정 2014-12-07 19:59

[월요리포트] TPP와 미-중 경제 전쟁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맞서
아펙엔 아시아자유무역지대 로드맵
소외국 위해선 기금·투자은행
영향력 확대 미국권 편입 방지 포석
나라별 물류 이으면 ‘일대일로’ 그림
한국·호주와 FTA체결도 그 일환
1년여 전인 2013년 10월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변외교 업무 좌담회를 열었다.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아시아 외교 전략 관련 회의였다. 시 주석은 “지금 주변 정세를 살펴보면 (아시아) 주변국과 경제·무역 관계가 전례 없이 밀접해졌다”며 “중국의 주변외교 전략은 더욱 주동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의는 중국 지도부가 ‘아시아 회귀’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구체적 대응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시 주석은 “경제, 무역, 금융 등 역내 경제 협력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관련국과의 기초 인프라 연결 강화 △실크로드 및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구축 △주변 지역을 기본으로 한 자유무역지대 구축 가속 △역내 경제 일체화 국면 창출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목표들은 정확하게 실현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이 아주 치밀한 전략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는 이 지역에서 경제 주도권을 확고히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과시했다. 이 회의를 통해 중국은 미국이 꺼리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 로드맵 채택을 관철시켰다. 동시에 시 주석은 몽골·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방글라데시·파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의 아펙 비회원 7개국 정상들을 따로 만나 400억달러(44조3320억원)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 설립을 발표했다. 한국과는 지난달 10일 전격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일주일 뒤에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도 같은 협정을 체결했다. 앞서 10월엔 인도·파키스탄·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21개국이 참가하는 자본금 500억달러(54조8750억원)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다.

중국은 우선 주변 동남아나 중앙아 등 개발도상국엔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해 미국의 진입에 맞대응하려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실크로드 기금이 대표적이다. 두 기금은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채워주지 못한 개도국들의 철도, 도로, 항구 등 기반시설 투자를 목표로 한다. 개도국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틈새시장 전략이다. 4조달러(4439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이 전략의 종잣돈 구실을 한다. 중국으로서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고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사회기반시설 운용권 확보 등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이중 포석이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거리가 멀고,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안보를 강조하는 미국의 약한 고리를 우회적으로 파고드는 접근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물류를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구체화하려 한다. ‘일대일로’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동남아~인도양~유럽 국가를 해상 교역로로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의도가 깔린 구상이다.

푸샤오위 미국 네바다대 교수는 2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중국은 아시아 주변국들에 ‘매력 공세’를 취하며 이들 나라들과 경제 협력 분야를 넓히고 나아가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과거 국제사회 규범이나 규칙을 따라가며 배우는 ‘학습자’의 위치에서 이젠 ‘규칙 제정자’로 탈바꿈하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시아에서 한·중·일·호주 등을 아우르는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지대를 꾸리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을 ‘경제 분야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일환으로 여긴다. 티피피는 지식재산권, 노동권, 관세율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준과 개방도를 정해 중국이 가입하기 어려운 문턱을 제시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은 자국을 배제하려는 티피피에 대응해 아시아 각국과 낮은 개방 수준의 자유무역지대를 연결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을 통해 맞서려 한다. 아르셉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중국은 2015년 타결을 목표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호주와 낮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을 서둘러 체결한 것도 단순 경제적인 측면보다 아시아의 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중국이 한국,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동아시아의 통합경제질서를 마련하고 있다”며 “비록 개방 수준은 낮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중국 전문가는 무조건 중국이 미국의 경제 구상에 맞서려는 식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아태자유무역지대나 아르셉 등을 내세우며 미국과 맞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초점은 일단 충분한 힘을 기르기 전까지는 미국과 마찰 없이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슬그머니 티피피에 가입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것 등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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