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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홍콩 민주화 열망 뿌리고 74일만에 접은 ‘노란 우산’

등록 2014-12-11 19:59수정 2014-12-11 22:34

경찰 7000명 시위대 해산 돌입
학생들 “우리는 돌아올 것”
젊은세대 개혁 동력 확인
홍콩 ‘우산혁명’은 결국 미완의 혁명으로 막을 내렸다. 9월 말 중국 정부의 개입 없는 행정장관 자유 직선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지 74일 만이다.

11일 오전 10시30분께 홍콩 경찰 7000명은 시위대의 근거지인 애드미럴티 지역 해산 작업에 들어갔다. 철거반은 커터와 크레인 등을 동원해 시위대가 각종 케이블과 자전거 자물쇠 등으로 엮어 놓은 바리케이드를 하나씩 철거해갔다. 부러진 채 여기저기 흩어진 우산들이 이번 시위의 결말을 상징했다.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은 학생들은 아스팔트에 앉아 순순히 경찰의 연행에 응했다. 이들은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비록 우리를 해산시킬 수 있겠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까지 지울 수는 없다”라고 쓰인 노란색 펼침막을 내걸어 우산혁명의 최후를 기렸다. 대학생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의 알렉스 초우 비서장은 “앞으로도 많은 (민주화) 운동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장기 시위 탓에 홍콩의 경기를 비관하는 전망이 늘었다. 한 줌도 안 되는 시위대 탓에 다수의 시민이 불편을 겪고 법치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지난 8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 2~3명으로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제한한 데 반발해 시작된 홍콩 시위는 초기 10만여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하지만 ‘일국양제’는 정치가 아닌 경제 분야 독립성에만 적용된다는 원칙을 내세운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대응과 시위 장기화에 따른 홍콩 시민의 피로감이 겹치며 동력이 약화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와 대학생, 중·고생 지도부 등 3개로 나뉘어 조직화되지 않은 지도부는 민주화 열망을 효과적으로 끌고가지 못했다.

그러나 ‘우산혁명’은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보여준 한편 중국 정부에도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일국양제’ 원칙이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전달했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묵살함으로써 표면적으론 승리했지만 홍콩 젊은층의 반중 정서를 키웠다. 특히 홍콩 시위 여파 탓에 대만에서 친중 노선을 취해온 국민당이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타격이다. 일국양제 운용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우산혁명은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졌던 젊은이들은 정치개혁과 함께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 사회 모순에 함께 분노했다. 알렉스 초우 비서장은 “이번 시위의 최대 성과는 사람들을 일깨웠다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향후 개혁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학생들이 단호한 행동과 수만명을 모으는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기성세대로부터 민주화의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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