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처형 1년]
북핵개발 탓에 삐걱대다
장성택 처형으로 깊은 불신…
고위급 교류 사실상 중단
지난해 5월이 마지막…
신압록강대교 완공됐어도
한달여 개통식 못해
북핵개발 탓에 삐걱대다
장성택 처형으로 깊은 불신…
고위급 교류 사실상 중단
지난해 5월이 마지막…
신압록강대교 완공됐어도
한달여 개통식 못해
‘장성택 숙청’의 충격은 북핵 개발 탓에 삐걱대던 북-중 관계를 더욱 깊은 불신의 골에 빠져들게 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장성택이 주도했던 북-중 경협은 타격을 입은 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뤼차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국·북한 연구센터 주임은 8일 “북한은 김정은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구조다. 장성택이 친중파라거나 북-중 경협에서 불가결한 핵심 구실을 했다는 세간의 인식은 북한의 속성에 비춰보면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도 “그의 갑작스런 숙청 탓에 중-북 경협이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10월 말 완공됐지만 개통식을 하지 못한 신압록강 대교는 장성택 사후 삐걱대는 북-중 관계의 상징이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이 다리는 중국이 19억8000만위안(3608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북한 쪽 부분은 세관도, 연결 도로도 건설되지 않은 상태다. 애초 중국은 다리가 완공되면 북-중 무역의 80%를 소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압록강 대교 서쪽에 위치한 황금평·위화도 특구 역시 진척이 없다. 북-중 경협을 총괄했던 장성택은 여러차례 중국을 방문해 황금평·위화도 특구 개발을 추진했다. 진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최근 가봐도 황금평 지역은 보이는 것이 없다. 사실상 시작도 못한 상황”이라며 “장성택은 중국과의 자원 교역이나 대형 경협 프로젝트 등 노른자위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숙청의 여파가 그런 사업들에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 뒤 그가 주도하던 노동당 행정부는 곧바로 해체돼 경협 사업도 내각이나 해외건설지도국, 세관 등으로 분산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조직이 개편되고 그간 장성택 아래서 북-중 경협을 맡고 있던 인맥들도 대부분 교체됐다. 중국과의 경험이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북-중 교역도 장성택 사건이 없었다면 훨씬 성장폭이 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해관(세관) 통계를 보면, 올 1~10월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8억8375만달러(3조234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0.9% 줄었고, 수입은 23억8955만달러로 1.5% 늘어났다.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은 공식 통계상으로 10월까지 ‘0’이다.
장성택 숙청은 경협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신뢰도에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이 장성택 처형에 관해 공식적으로 논평을 한 것은 없지만, 전격적으로 처형시킨 방식이나 과정 등은 중국을 경악시켰다”며 “이는 북한의 통치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실추시키는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뤼차오 주임도 “북한 정권이 2인자를 임의로 척결하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이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자마자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북핵 문제로 인한 북-중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원칙에 동의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헌법에 핵·경제 개발 병진정책을 명시했다. 이 와중에 터진 장성택 숙청은 북-중 관계의 모순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북-중간 고위급 교류는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5월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그해 7월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방북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나 강석주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는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국외 순방을 나가면서도 중국 쪽 당국자들과 만나지 않았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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