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인정 않는 일본 우익에 일침
“책임은 국민 아닌 군국주의자에”
평화 강조하며 관계개선 여지도
“책임은 국민 아닌 군국주의자에”
평화 강조하며 관계개선 여지도
“난징 대학살 참극은 무쇠같은 증거가 산처럼 있다. 속임수나 곡해로 이를 가릴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장쑤성 난징의 난징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일본의 난징 대학살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올해 처음 난징 대학살 기념일을 국가급 추도일로 지정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1937년 12월13일 중국을 침략한 야만적인 일본군은 난징에서 전대미문의 대학살을 저질러 30만명에 이르는 중국 동포들이 희생됐다”며 “인면수심의 일본군이 저지른 대학살은 2차 세계대전 역사상 3대 참사 가운데 하나로 반인륜적 범죄이자 세계인을 경악시킨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장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역사는 시대가 변한다고 바뀌지 않으며, 사실 역시 교활한 말과 잡아떼기로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난징 대학살 참사는 무쇠와 같은 증거가 산과 같이 존재하며 어떤 속임수나 곡해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누군가 이를 부인한다면 역사가, 30만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13억명의 중국 인민이, 평화를 애호하는 세계인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군국주의 침략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 우익 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10일 2년 반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중-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역사를 거울 삼아야 한다”며 과거사를 직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은 1937년 12월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6주 동안 일본군이 당시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에서 30만명을 무차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후 연합국 조사에서는 적어도 14만2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우익들은 학살 자체를 부정하거나 피해가 미미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시 주석은 “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배신 행위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소수 군국주의자들 탓에 전체 민족을 증오해선 안된다. 전쟁 책임은 군국주의자들에게 있는 것이지 그 국민에게 있는 게 아니다”며 “중·일 두 나라 인민은 침략자의 잔혹한 범죄를 잊지 않고 역사를 거울 삼아 우애로운 관계를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 군국주의자와 일본 국민을 분리해 ‘평화’를 강조함으로써 중-일 관계 개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신문망>은 “시 주석이 연설에서 23차례 ‘평화’라는 단어를 썼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시 주석의 연설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을 견제하려는 자세를 선명히 했다”고 해석한 데 견줘, <아사히신문>은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일-중 양국 우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평했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길윤형 특파원 sychee@hani.co.kr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장쑤성 난징에 있는 난징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처음 난징대
학살 기념일을 국가급 추도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추모식을 개최했다. 난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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