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공산당 통일전선부장.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이 흔들림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역임한 링지화(58)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이 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링 전 정협 부주석이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직 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링 부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신중국 건국 이후 최악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거론되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링지화는 후진타오 지도부에서 주요 정책을 담당한 핵심 브레인이었지만 비밀리에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 등과 결탁해 시진핑의 주석직 승계에 도전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저우융캉, 보시라이,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과 ‘신4인방’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중국 당국은 이미 올해 여름부터 링지화의 형인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 링정처와 동생 링완청 등 그의 측근 인물들을 구금해 조사하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중화권 매체 <보쉰>은 최근 당국이 수사를 통해 링 전 부주석이 산시 모처에 숨겨놓은 트럭 6대 분량의 황금, 서화, 골동품 등이 발견됐다고 밝혀 그에 대한 부패 혐의 조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까지도 링 전 부주석은 당 이론지에 기고문을 싣고 시진핑 정신을 강조하는 등 정치적 생존을 위해 분투해왔으나, 시진핑 주석의 부패와의 척결 그물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 주석은 저우융캉에 대한 처벌을 공식화한 데 이어 곧바로 링지화 조사를 발표함으로써 부패 척결을 통한 공산당 내부 개혁과 권력 강화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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