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공산당 통일전선부장.
시 주석, 유력 세력 공청단 견제
차기 지도부 구상 위한 정치적 포석
전문가 “반부패 내세워 막강 권력”
차기 지도부 구상 위한 정치적 포석
전문가 “반부패 내세워 막강 권력”
링지화(58·사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의 낙마를 두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세력을 견제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한 시 주석의 ‘차기 후계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링 부장은 공청단 파벌의 수장인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인 2007년부터 5년 동안 후 주석의 비서실장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냈다. 당내 주요 사무를 관장하면서 중국 정계의 샛별로 주목받았다. 20살에 공산당에 입당한 그는 공청단 선전부장과 공청단 판공청 부주임을 지내는 등 공청단에서 잔뼈가 굵었다. 하지만 2012년 3월 아들이 호화스포츠카 페라리에 여성들을 태우고 가다 교통사고를 내고 숨진 사건을 은폐하려 한 뒤 한직으로 밀리며 추락했다.
공청단파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를 필두로 리위안차오 부주석, 왕양 부총리 등이 약진하고, 지방 요직에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가 포진하면서 중국의 차기 지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3년 뒤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를 뺀 나머지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나이 제한(68살) 규정에 걸려 은퇴하면 대부분의 빈자리를 공청단 주자들이 메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문제 전문가 크리스토퍼 존슨은 22일 <뉴욕 타임스>에 “현직 부장(장관)인 링지화를 쳐낸 것은 부패 척결의 목표가 전직 호랑이에서 현직 호랑이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며 “시 주석이 3년 뒤 다음 당 대회에서 뜻이 맞는 인물을 기용해 정치국 상무위원 진용을 자기 구상대로 꾸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계파 간)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청단파는 시 주석이 차기 지도부를 꾸리는 데 자신들이 가장 큰 장애물이란 것을 깨닫고 있다. 향후 주요 공청단파 출신들이 지금보다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링 부장은 보시라이 체포를 집행한 실무자”라며 “링지화를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등과 함께 시진핑 주석 집권에 반대한 ‘신4인방’ 혹은 ‘정치동맹’이라고 묶은 중화권 매체 보도는 어불성설”이라면서, 링지화 낙마는 저우융캉·보시라이 제거 등과는 다른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공청단 출신 최고위 지도자인 리커창 총리를 둘러싸고 “건강 상의 문제나 개혁을 둘러싼 시 주석과의 이견 탓에 조기 사퇴할 것”이라는 설이 도는 것이나, 역시 공청단 출신인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아들과 관련한 일본 호화주택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점도 공청단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공청단의 대부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미는 쑨정차이나 후춘화 등이 차기 주자로 거론되지만 권력이 강성해진 시 주석이 직접 후임자를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기소에 이어 링지화 부장까지 낙마시킴으로써 ‘원로 정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 거듭 권력을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시 주석이 반부패를 내세워 전임자의 비서실장까지 내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중국 내부에서는 시 주석이 쩡칭훙 전 부주석→원자바오 전 총리→장쩌민 전 주석 순으로 반부패 공작을 완성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며 “실제 어디까지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23일 사설과 논평을 통해 일제히 “강도높은 반부패 작업이 당심과 민심 모두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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