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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석탄’은 중국경제 관리들의 ‘비리온상’

등록 2005-09-28 14:16수정 2005-09-30 10:21

중국 에너지수요 70% 차지 불구…권력층 사유화로 온갖 문제
“광산 투자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공직을 포기하겠다.”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한 관리는 지난 23일치 <중국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산업 투자를 금지한 중앙정부의 명령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공무원과 국유기업 관리자들에게 광산 보유지분을 9월22일까지 매각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들의 반발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정부는 명령에 따르지 않고 광산업 이권을 고집하는 관리들을 10월 중순까지 조사한 뒤 위반자들을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상당수가 투자 사실을 감추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발전의 혜택을 움켜쥔 지방 관리들이 중앙정부의 통제에 반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백년 동안 중국 북방의 가을과 겨울은 난방용 석탄에서 나오는 뿌연 연기와 함께 찾아왔다. 지금도 석탄은 중국 에너지 수요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탄광 수는 2만4천여개나 된다. 매년 9% 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사실상 석탄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석탄은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빈부격차, 경제발전 뒤편에서 소외되는 농민 등 중국의 고민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권력과 돈의 거래”

중국 정부가 관리들의 광산투자를 전면금지한 것은 당 간부와 관리들이 광산 소유주들과 결탁하거나 아예 광산을 소유하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을 묵인하고, 이에 따라 수많은 탄광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의 최근 보도를 보면 구이저우성 준이현의 광산국 국장이었던 자오다우는 광산 투자를 위해 수백만위안의 뇌물을 받았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방 관리들 사이에 광산투자 붐이 분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5000~6000명이 탄광사고로 숨졌고, 올 상반기에도 3000여명이 사망했다. 이는 정부 통계수치로 광산 소유주들이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공무원 광산투자 금지조처와 함께 연말까지 안전기준에 미달한 7000개 광산의 생산을 중단시겠다고 발표했다.

경제발전 수요에 맞춰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 값이 계속 오르면서 광산 소유주들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윤을 얻었다. 특히 안전시설이 형편없는 영세 무허가 광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생산량에 따라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 관리자들은 적정치보다 훨씬 많은 석탄을 파내도록 광부들을 다그치고 있다.

정경유착은 안전시설 미비에 대한 공무원들의 묵인을 거쳐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달 광둥성 다싱탄광에서는 갱도가 무너지고 지하수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123명이 수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일어나기 몇달 전부터 광부들이 갱도내 누수현상 때문에 불안해 하자 회사는 시멘트로 겉표면만 바른 뒤 작업을 계속시키면서 당국으로부터 안전생산허가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회장 등 간부 4명은 이 지역 인민대표 등 고위 공직자였다.

“빈부 격차를 통제하라”

탄광사고의 뒷면에는 이미 중국의 최대 문제가 된 빈부격차와 농민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비비시> 등의 보도를 보면 농사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가난한 농민들이 위험을 감수한 채 영세 탄광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는 임금은 한달에 1000위안(13만원) 정도라고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관련 연구소와 학자, 관영 언론 등을 동원해 빈부격차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빈곤과 환경 파괴 등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관리들이 유리한 지위와 기회를 이용해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가들과 결탁하는 ‘돈과 권력의 거래’가 새로운 부유층을 만들어내면서 빈부 격차를 급격히 벌리고 있으며 이는 모든 사회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는 유명 경제학자 우징리엔의 비판적 발언이 최근 중국 관영언론들에 실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신화통신>도 부유한 20%가 중국 전체 국민소득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최빈곤 20%는 고작 4.7%를 차지하고 있어 빈부격차는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도시지역 평균 소득은 1년에 1000달러에 달하지만 농촌지역에선 300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 드러내기’는 농민들과 민공(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온 농촌출신 일용노동자) 등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빈곤층을 달래려는 중국 지도부의 고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부 소득세 감면 외에 아직 구체적인 경제, 사회적 정책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 국제부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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