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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륙의 중심에서 ‘일대일로’의 꿈이 영근다

등록 2015-02-01 20:24

중국 산시성 시안 외곽에 조성된 시안 내륙항 안에 있는 철도 물류 집하장으로 컨테이너 트럭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곳은 중국이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계획의 물류 허브 중 하나이며,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국제화물열차 장안호가 출발하는 기점이다.
중국 산시성 시안 외곽에 조성된 시안 내륙항 안에 있는 철도 물류 집하장으로 컨테이너 트럭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곳은 중국이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계획의 물류 허브 중 하나이며,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국제화물열차 장안호가 출발하는 기점이다.
‘육상 신실크로드 시발점’ 시안을 가다
중국 서부 산시(섬서)성 시안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50여㎞ 떨어진 ‘시안 내륙항’. 시안에 첫눈이 내린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트럭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화물 집하장에선 5~6기의 초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열차에 옮겨 싣는다. 이곳에서 장안호가 출발한다. 국제화물열차인 장안호는 현재 매주 한차례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44개 도시로 중국의 기계, 전자, 농산품을 실어 나른다. 2013년 11월 운행을 시작한 장안호는 육상과 해상 신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면 독일 뒤스부르크와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운행 구간을 확장한다. 내륙항 주변엔 44.6㎢에 이르는 국제보세구역과 각종 산업단지들이 조성돼 있다. 왕복 10차로로 뚫린 도로 옆엔 ‘바다와 육지를 잇는 물류허브로 일대일로 전략을 완성하자’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시안의 부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시안 물류·교통허브로 부상
60여개 나라 40억명 아우르는
중앙아시아·유럽 향해 열린 창
“문화 긍지 비해 발전 더뎠지만
이제 발전하고 있다” 부푼 기대

중국, 1760조원 투자 계획
일대일로 참여국에 막대한 투자
‘중고속 성장’ 시대 경제 도약과
중국 중심 경제질서 구축 ‘야심’
중앙아시아 자원 확보 속셈도

시안 시내 남쪽에 조성된 상업·문화 복합단지인 ‘대당서시’(大唐西市)에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알리는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시안 시내 남쪽에 조성된 상업·문화 복합단지인 ‘대당서시’(大唐西市)에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알리는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시내 남쪽엔 중국의 전성기로 일컬어지는 당나라 시절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복원한 ‘대당서시(大唐西市) 상업·문화 복합단지’가 들어섰다. 단지 한가운데엔 청동 조형상이 놓여 있다.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무한한 교류를 상징한 조형상에는 장안(당나라 때 수도이자 시안의 옛 지명)-타슈켄트-바그다드-알렉산드리아-로마 등 고대 실크로드가 통과한 25개 세계 주요 도시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시안 시민들의 기대감도 높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시안 토박이 리웨이둥(46)은 “시안은 고도라는 문화적인 긍지는 높았지만 오랫동안 발전이 더뎠다. 이웃 쓰촨성 청두보다 생활수준이 못하다”며 “하지만 시안은 이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상하이나 광저우 등 남동부 연안 지역은 발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시안은 덜 개발된 서북부의 중심에 위치해 발전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당나라 등 여러 왕조의 수도였던 고향 시안이 좀 더 발전해서 노동자 연간 소득이 최소 3만~5만위안(520만~870만원)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중국과 유럽을 잇는 오랜 역사를 간직해온 천년 고도 시안이 이제 중국 시진핑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계획의 물류, 교통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일대일로 계획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 제시한 것으로 시안-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푸젠성 취안저우-동남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연결하는 무역로 구축을 말한다. 시안은 서부 내륙이라는 지리적 위치 탓에 해상 물류 이용이 어려워 중국의 연해 중심 경제 성장에서 오랫동안 소외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향해 열린 창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60%에 이르는 40억명,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는 20조달러 규모의 60여개국을 아우르겠다는 일대일로 계획이 고도의 잠을 깨운 것이다. 시안의 한 20대 회사원은 “최근 수년 동안 시안은 눈에 띄게 변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심도 2순환도로 안에서 3순환도로까지 확장됐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지역들이 이제는 번듯한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곧 일대일로 계획의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관영 <신화통신>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최종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곧 구체적 계획이 공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지나는 나라들에 1조6천억달러(1760조8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시안을 빼놓고는 일대일로 계획 중 육상 신실크로드를 논할 수 없다. 중국의 주요 물류 운송 열차는 모두 시안을 거친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장안호 말고도 직할시인 충칭-러시아-폴란드를 거처 독일 뒤스부르크를 잇는 총연장 1만1179㎞의 유신구(위신어우) 열차는 시안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다. 중국의 또 다른 물류기지인 장쑤성 롄윈강을 출발해 간쑤성 란저우-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를 잇는 4018㎞의 중국횡단철도(TCR) 역시 시안을 지난다. 시안이 속한 산시성은 이미 서부10개 성 가운데 종합화물 수송량에서 쓰촨성에 이어 2위, 철도화물 수송 부문에서는 중국 전체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이른바 ‘신창타이’(New Normal·구조조정 속 중고속 성장) 시대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도약을 꾀하려는 국내 경제적 목적과 아시아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국제 정치외교적 목적을 동시에 띠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침체된 경제의 새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축인 철도와 전력, 도로망 건설은 이미 과잉생산 상태로 중국 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 철강, 시멘트 산업에 새로운 판로를 제공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은 이 길을 통해 중앙아시아로부터 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하려 한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장안호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중앙아시아로부터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신실크로드를 통해 상하이나 광저우, 톈진 등 남동부 연안의 발전된 도시에 견줘 낙후된 서부 내륙지역 개발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을 노린다. 자오시쥔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일대일로는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도 촉진해 중국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맞선 중국의 아시아 주도권 확보라는 전략이 깔려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 계획과 관련해 “일대일로는 솟아오르는 아시아의 날개와 같다. 21세기에 들어서조차 과거의 사고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흩어져 있는 등불과 같은 아시아 각국은 서로 연계하고 교류할 때 비로소 아시아의 하늘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가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만들어놓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 중심으로 주변국 외교의 틀을 짜겠다는 생각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아시아의 키다리 아저씨’ 구실을 자임하고 나섰다. 중국이 내놓은 500억달러(54조원)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400억달러의 실크로드 기금에는 이미 미국이 장악한 해양 에너지, 물류 수송로에 맞서 안정적인 내륙 수송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이 담겨 있다. 중국은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추진하려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외부에선 “일대일로 계획은 궁국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 체제를 중국 중심의 베이징 컨센서스 체제로 바꾸려는 포석”이라고 경계하기도 한다.

시안/글·사진 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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