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짝퉁 철저히 단속하겠다” 꼬리 내렸지만…
기업 존망 건 이례적 도전 강수
간섭에 불만-집단소송 대비 시각
기업 존망 건 이례적 도전 강수
간섭에 불만-집단소송 대비 시각
당과 정부가 기업을 강하게 통제하는 중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항명’ 파동이 일단 정부의 완승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방적인 ‘갑-을 관계’였던 중국 정부와 기업 사이의 역학 관계가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인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의 공상정책을 총괄하는 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을 찾아가 “정부의 가짜 상품 척결 업무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23일 공상총국이 “알리바바 산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거래되는 상품 가운데 정품 비율이 37%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해 7월 이런 사실을 알리바바에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발표하며 불붙은 알리바바 대 정부당국 간 대결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공상총국의 조사 방식이 객관적이지 않았다”며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알리바바는 공상총국 담당 국장인 류훙량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당국의 권위에 정면 반발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런 알리바바의 ‘항명’은 중국 풍토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에서 정부와의 대립은 기업의 존망을 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알리바바가 대립을 불사한 것은 중국뿐 아니라 외국 주주의 눈치나 국제 증시의 규칙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공상총국의 가짜 상품 비율 공개 뒤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지난해 9월 기업공개 당시 정부의 경고 사실을 숨겼다”며 집단 소송을 당할 위기에 몰려 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알리바바가 집단소송에 대비해 ‘최선을 다한 우리는 문제가 없으며 정부당국의 조사에 무리가 있었다’는 식으로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한다는 해석이 있다”며 “소송 과정에서 이런 근거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가 기업에 사사건건 관여해온 공상총국에 쌓인 불만을 터뜨린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 항명 사건이 일방적 상하 관계였던 중국 정부 대 기업 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취임 뒤 줄곧 시장과 민간기업의 구실을 강조해왔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과거 같으면 민간기업이 정부의 감독에 반발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알리바바 사건은 공상총국이 민간기업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기가 녹록잖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관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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