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9년전 간부 만나 부탁”
정리해고 대상자 됐을 때도 빼줘
정리해고 대상자 됐을 때도 빼줘
가오후청(64·사진)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직위를 이용해 아들의 미국계 투자은행 취직 등을 부탁한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가오후청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이던 2006년 7월 제이피(JP)모건의 고위직 윌리엄 데일리와 따로 만났고, 이듬해 여름 이 회사에 아들 가오줴가 취직했다”며 “이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들이 가오줴가 자격 미달이라고 만류했음이 드러났다”고 제이피모건 내부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데일리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상무장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제이피모건의 미국 중서부 담당 회장을 지냈다.
가오줴의 채용 당시 면접담당관은 “일부 면접관들은 ‘여지껏 봐온 대졸 취업자 가운데 최악이었다’는 평을 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동료들에게 보냈다. 가오줴는 당시 취업비자가 종료 돼 미국에서 취직할 수 없었지만 제이피모건은 이를 무시하고 채용을 강행했다.
아버지의 후광 덕에 입사한 가오줴는 8개월여 뒤인 2008년 3월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됐다. 취업비자 문제가 불거진 탓이었다. 가오후청이 다시 나섰다. 그는 당시 팡팡 제이피모건 중국 투자은행부문 대표와 단둘이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들을 정리해고 대상에서 빼주면 특별히 신경을 써주겠다”고 말했다. 팡팡 전 대표는 “제이피모건의 고객사이던 제약업체 우시 파마테크 대표도 가오줴의 일자리를 유지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방위 로비 덕에 가오줴는 정리해고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음란 메일을 보다가 회사로부터 최후통첩성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제이피모건 내부 인사는 “가오줴는 무책임하고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평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결국 가오줴는 2009년 3월 제이피모건에서 퇴사하고 골드만삭스로 옮겼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가오줴의 채용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이 채용을 대가로 중국에서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면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아직 가오후청이 당시 제이피모건에 특혜를 줬다는 증거는 없지만 상무부는 외국계 기업의 중국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