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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임금 못 받아 기차표 살 돈 없어요…가난한 노동자들 춘절 ‘뚜벅이 귀향’

등록 2015-02-16 20:25수정 2015-02-16 20:51

중국 춘제(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농민공을 비롯한 중국인들의 귀성 대이동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를 출발해 30여시간이 걸려 허난성 정저우로 가는 열차 안이 귀성 승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춘제(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농민공을 비롯한 중국인들의 귀성 대이동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를 출발해 30여시간이 걸려 허난성 정저우로 가는 열차 안이 귀성 승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AFP 연합뉴스
농민공들, 수백㎞ 도보 귀향 늘어
오토바이 귀향 인구도 크게 늘듯
연휴 이동 인구 1억 늘어난 28억
“고향가는 길이 수백, 수천㎞가 돼도 우리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꼭 돌아갈 것입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을 앞두고 ‘뚜벅이 귀향’을 결정한 윈난성의 한 농민공은 이렇게 말했다. 걸어서 고향으로 가기로 한 농민공은 그뿐만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농민공 수십명도 같은 처지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다.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서 이들의 고향인 쓰촨, 구이저우, 허난, 산시, 푸젠성은 수백~수천㎞ 떨어져 있어 차로 가도 수십시간씩 걸리는 곳들이다.

이들이 이번 춘절을 맞아 처음부터 도보 귀향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일하고 있는 윈난성 다리시의 하이둥 개발현장의 중국태평양건설그룹 산하 건설회사인 쑤천공사는 1년여치 임금을 주지 않았다. 자오롄푸는 <경화시보>에 “동료 농민공 1000여명은 2013년 11월부터 공사 현장에서 일했지만 쑤천공사가 지금껏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밀린 노임을 모두 합하면 7000만위안(123억원)이 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0여명의 농민공들은 지난 10일 “밀린 임금을 달라”고 집회를 벌였지만 공안에 연행됐다. 급기야 고향에 갈 차비조차 구하기가 막막해진 이들은 14일 다리시 기차역에서 구걸까지 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도보 귀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춘절이면 차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돈이 없는 농민공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며칠 동안 이동하는 ‘오토바이 귀성 부대’의 행렬은 해마다 반복된다. 중국 언론들은 대표적인 수출 산업기지인 광둥성에서만 올해 60만명의 농민공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수백 ㎞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춘절 기간 이동하는 연 인원이 지난해보다 1억명 가량 늘어난 28억70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는 불경기 탓에 농민공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귀향 발걸음은 무거워졌고, 선물 보따리는 가벼워졌다. <신화통신>은 15일 “후난성 정부가 지난해 말 농민공 임금체불 실태를 조사한 결과 341개 사업장에서 9만여명의 농민공들이 2억6000만위안(450억원)의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구직 잡지인 <자오핀>도 이달 초 “1000여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 보너스 실태를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0%가 보너스나 선물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대파 몇 단과 수건 몇 장이 선물의 전부였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설맞이 지방 민생행보를 했다. 시 주석은 지난 12일 문화혁명 시절 하방했던 산시성 량자허촌과 공산당 근거지 옌안을 찾아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리 총리는 15일 구이저우성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귀향하는 농민공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줬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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