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관령 하늘목장의 양 떼. 평창/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을 앞두고 중국을 비롯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조기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7일 “최근 랴오닝, 산둥, 간쑤성 등지를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조기 출산을 하려는 임신부들로 산부인과 예약이 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도 이날 한 홍콩 산부인과 의사의 말을 인용해 “춘절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주부터 입원하려는 임신부들이 20% 이상 늘었다”며 “이들 대부분은 춘절 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조기 출산을 하려는 사람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예전엔 한 주에 2번가량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했지만 최근엔 하루에도 4번까지 수술방에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역시 중화권인 싱가포르에서도 제왕절개를 통한 조기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싱가포르의 마운트 엘리자베스 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최근 부쩍 제왕절개를 통해 조기에 출산을 하려는 산모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화권에서 춘절이 지나기 전에 출산을 하려는 임신부들이 몰리는 것은 ‘양띠는 운이 덜하고 복이 없다’는 중국 전통의 미신 탓이다. 더구나 양띠 해 앞에 있는 말띠 해는 “역동적이고 원기왕성하다”는 믿음이 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첫출발부터 행운과 복을 주려는 부모들의 바람이 제왕절개를 통한 조기 출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이상 조기 출산 붐이 일자 언론 매체를 통해 열기 식히기에 들어갔다. 한 매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영화배우 장쯔이 등도 양띠다. 게다가 특정한 해에 인구가 몰리면 나중에 대학입시나 취직 등에서도 경쟁률이 높아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한 의료전문가는 “조기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는 미성숙해 여러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차이나데일리>는 한 인구 분석 전문가의 말을 따 “1949년부터 2008년까지 띠별 중국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중국인들이 가장 상서롭게 여기는 용띠보다 토끼띠가 1위였다. 흔히 박복하다고 여기는 양띠도 다른 띠들과 견줘 인구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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