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파트 단지 안에 붙어있는 폭죽 사용 자제 포스터. 스모그 속에 폭죽을 터뜨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호소를 하고 있다.
“PM 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에 폭죽을 더하면?”, “스모그 속에서 불꽃을 보시렵니까?”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을 맞은 17일 베이징 시내 곳곳의 아파트 단지엔 폭죽 터뜨리기를 자제해달라는 포스터가 나붙어 있다.
중국의 춘절은 폭죽과 함께 시작된다. 요란한 폭발음과 불꽃이 악귀를 쫓는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폭죽놀이는 이제는 날로 사라져가는 전통명절의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로 자리잡았다. 섣달 그믐날 밤이 되면 베이징 시내 전역은 전장을 방불케하는 콩볶는 소리로 뒤덮인다. 불꽃 역시 규모가 우리네 해변가에서 쏴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파트, 거리 공터 등에서 쏘아 올리는 폭죽은 체육, 문화 행사에 쓰이는 것 만큼 크고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폭죽은 이제 과거 마오쩌둥이 식량을 축내는 인민의 적으로 규정해 박멸 운동을 폈던 참새떼들처럼 단속해야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스모그 탓이다. 석탄을 주원료로 한 탓에 겨울이면 더욱 가중되는 스모그 위로 퍼지는 폭죽 연기는 시민들에게 전통이라기보다는 인습이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있다. 베이징 시민인 천 아무개씨는 “친구가 선물로 폭죽을 줬는데 환경오염을 일으킬까봐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산둥성 주민 치아무개씨는 “예전에는 폭죽을 대량으로 구매했지만 올해는 10개만 샀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춘절을 앞두고 폭죽 단속에 나섰다. 중국 주요 536개 도시는 특정 장소나 지정 날짜 외에 폭죽 터뜨리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138개 도시는 아예 폭죽 터뜨리기를 금지했다. 베이징 당국은 소매점에서 폭죽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을 기간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11일로 줄였다. 5년 전 2418개 였던 폭죽 소매점도 올해는 1000개 이하로 제한했다.
폭죽 업체의 매출도 현격하게 줄었다. 길림성의 한 폭죽제조업체는 <환구시보>에 “판매량이 3년 연속 50% 이상 감소하고 있다”며 “ 장시성의 경우 2013년 2000여개에 달하던 폭죽 제조업체는 올해엔 1000여개로 절반 가량이 줄었다. 한 폭죽 소매상은 “올해 폭죽 가운데 80%는 10위안에서 300위안(1800원~5만5천원) 가량의 중저가 폭죽이다”며 “300위안~800위안 가량의 고가 폭죽은 전체의 15% 가량 밖에 안된다. 이전 900위안을 호가하던 고가 폭죽의 가격도 올해는 500~600위안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폭죽업체는 살아남는 방도로 친환경 폭죽을 만들어 시판하고 있다. 장시성의 리두폭죽 유한공사 대표 후중핑은 “우리 회사 생산하는 폭죽의 70% 가량이 친환경 폭죽이다”라며 “이 폭죽은 기존 폭죽에 견줘 황이나 스모그가 적고 소리나 연기도 적지만 불꽃은 더 화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폭죽 터뜨리기를 반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통을 해하고 명절의 흥을 나지 않게 하는 것이란 반론도 있다. 쑹궈쥔 인민대 환경정책및 환경기획연구소장은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만두를 빚어 먹는 것처럼 춘절의 중요한 전통이다. 이를 강제로 갑자기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폭죽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전통도 유지하고 환경도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 기상당국은 섣달 그믐 밤부터 사흘동안 중증 스모그가 시내를 엄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중국 베이징의 한 주거지역에서 시민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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