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을 앞둔 중국인들의 열차표 예매 행렬. 한겨레 자료 사진
중국 과학원 교수, 15년치 자료 분석 결과
베이징·하얼빈 등 주요 도시 기온 낮아져
베이징·하얼빈 등 주요 도시 기온 낮아져
‘중국의 대규모 춘절 인구 이동이 도심 기후 변화를 초래한다.’
장징융 중국 과학원 교수는 최근 15년간 춘절 기간 동안의 중국 주요 도시의 기온 변화 자료를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장 교수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의 자료를 살펴봤다. 그 결과 춘절 기간 동안 중국 주요 도시의 기온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동북 지방에서 추운 도시로 손꼽히는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는 야간 도시 열섬 현상이 평소보다 70% 이상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춘절 기간 동안 하얼빈 도심의 야간 기온은 평소보다 평균 1.14도가량 낮아 더 추웠다. 이런 현상은 하얼빈뿐 아니라 수도 베이징 등지에서도 발견됐다.
장 교수는 “그동안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 방출이나 대규모 공사로 인한 지형 변화 등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종종 지적돼 왔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대규모 인구 이동도 기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춘절 기간 동안 도시 인구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가정에서 난방이나 조리로 인한 가스 사용이나 차량 이용이 줄면서 도심의 기온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방대한 실험 규모 탓에 실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춘절 기간 동안 수십억명이 일제히 도시에서 고향이 있는 시골로 이동하는 풍습 덕에 중국은 자연적인 실험실이 됐다. 중국 당국은 올해 춘절 기간 동안 이동하는 연 인원 수가 지난해보다 1억명 늘어난 28억700만여명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연구팀은 “고속철도와 항공편이 늘고, 고속도로를 비롯한 교통망이 급속히 확장되면서 춘절에 이동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인한 기온 하강 등 기후 변화가 향후엔 더욱 현저하게 나타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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