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침략전쟁과 파시즘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대대적인 2차 대전 승전 70돌 기념행사를 열 예정인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국제 여론전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각)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어 “2차 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전쟁 범죄를 감추려는 이들이 있다”며 “국제사회는 역사를 거울삼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월 안보리 순회 의장직을 맡은 왕 부장이 “인류는 지난 세기 참혹한 고통을 준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다.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과 유엔 창립 70돌을 맞은 올해, 유엔 헌장을 되새겨 후대가 전쟁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제안으로 이뤄진 이날 공개토론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외교장관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요시카와 모토히데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일본은 유엔 가입 뒤 세계 평화에 노력해 왔다”고 반박했다.
왕 부장이 일본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 정권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토론회 뒤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에 효과적인 반격을 가했다”고 했다.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명보>에 “토론회를 통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과거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미화하는 일본 우익 정치세력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부인한다면 중-일 관계는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움직임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열 예정인 항일전쟁 승리와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돌 기념행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23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지난 21~22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패전 70주년을 맞아 내놓는 아베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1995년)의 핵심 표현인 ‘침략, 반성, 사죄’ 등의 표현을 쓰는 게 좋냐는 질문에 “써야 한다”는 응답이 51.6%였고, “그럴 필요 없다”가 36.6%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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