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전직 유명 여성 앵커인 차이징이 2월28일 베이징에서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발표회를 하고 있다.
전 CCTV앵커, 중국 곳곳 돌며
스모그 폐해 다룬 다큐 제작
“베이징 스모그 최악일 때 임신
종양으로 아픈 내 딸, 스모그 탓”
스모그 폐해 다룬 다큐 제작
“베이징 스모그 최악일 때 임신
종양으로 아픈 내 딸, 스모그 탓”
‘어머니의 이름으로….”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전직 유명 여성 앵커가 직접 스모그의 피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종양을 앓고 있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다. 그는 딸의 선천적인 종양이 스모그 탓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시시텔레비전에서 사직한 유명 앵커 차이징(39)은 1년 동안 스모그가 심한 베이징과 허베이, 산시성 등 중국 각지와 영국, 미국을 넘나들며 스모그의 위험성을 비판한 ‘돔 천장 아래서-차이징의 스모그 조사’라는 다큐멘터리를 28일 발표했다. ‘스모그란 무엇인가, 스모그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세 부분으로 나뉜 103분짜리 기록물에서 차이징은 “딸의 눈으로 스모그 문제를 짚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차이징은 100만위안(1억8천만원)의 돈을 제작에 썼다. 화면 속에는 “파란 하늘이나 흰 구름을 본적이 없다. 밤하늘의 별도 제대로 본적이 없다”는 산시성의 6살 배기 어린 소녀와의 문답도 담겨 있다. 중국에서 매년 스모그 탓에 5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사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폐암 사망률이 465%나 치솟았다는 사실도 담겨 있다. 차이징은 “중국 최대 석유·가스 업체인 중국석유공사(CNPC)가 환경 보호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거대 국유기업들을 비판했다.
차이징은 2013년10월 어머니가 되기 전 시시텔레비전의 앵커로 유명했다. 그는 2003년 중국에서 창궐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에 관한 심층 보도와 2008년 원촨 대지진 취재로 명성을 얻었다. 20013년엔 시시텔레비전에서 근무하며 취재한 경험을 엮은 ‘칸젠(看見)’이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딸아이 출산과 함께 시련이 닥쳐왔다. 차이징은 미국에서 딸을 출산한 탓에 ‘원정출산자’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회사를 그만뒀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았다.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악성 종양을 앓아 출생과 동시에 대수술을 해야했다. 차이징은 “베이징의 스모그가 최악일 당시 딸을 임신했다. 스모그가 딸이 종양을 얻게된 원인이라고 본다”며 “딸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명보>는 “차이징의 다큐물이 28일 밤까지 인터넷에서 35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심한 스모그가 엄습한 2014년 10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통근 차량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날 베이 징 등 수도권 일대에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스모그 경보를 발령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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