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8일 북-중 정상간 만남에 관해 “양쪽이 편리한 시간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나흘 째인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중 지도자 사이의 만남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중국과 조선은 좋은 우방이며 중국인들은 신의와 정을 중시한다. 중국은 전통적인 중-조 우호관계를 중시하며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초가 단단한 중-조 관계는 일시적인 사건에 일희일비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양국 지도자의 만남에 관해선 쌍방이 편리한 시간을 보아야 한다”고 답했다.
왕 부장의 답변은 중국의 기존 태도를 원칙적인 선에서 밝힌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왕 부장의 발언은 평소 중국의 태도를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현재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국 사이의 고위급 교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북-중 정상 사이의 회동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며, 조만간 정상간 회동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한 소식통도 “기존 중국의 태도에서 변화된 것은 없어 보인다. 중국은 이전에도 북-중 정상회담에 관해 한다만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양쪽이 편리한 시기를 봐야한다’는 말은 통상적으로 구체적인 회동 계획이나 예정이 없을 때 쓰는 외교 관례적인 수사”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중국 소식통은 “북-중 양쪽 모두 현재 북핵 등 관련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태도 조율이 없이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중국이 차가워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내부에서는 북핵 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가 오래 이어지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비서가 방중 없이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일부에서는 북-중 관계가 지나치게 냉각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중국은 최근 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이 지난해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 추도식에 주 베이징 북한 대사관을 찾기도 하는 등 북한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일부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이 의외로 아직 중국을 외교적으로 상대하지 않으려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만일 중국의 이런 포용적인 태도에 북한이 호응을 보인다면 북-중 정상간 만남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관해선 “한반도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중국은 이를 위해 건설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는 관련 국가들의 공통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현재 한반도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대응 등) 민감한 시기에 진입했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냉정하게 자제하며 서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대화와 태도를 유지해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쌓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돌 기념행사와 열병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관련국 지도자와 국제기구에 (기념행사) 초청장을 보낼 것이며 누구든 진실한 마음으로 온다면 우리는 모두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일본 정치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길 바란다. 70년 전 일본은 전쟁에서 졌으며, 70년이 흐른 지금 일본이 양심과의 싸움에서 또 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