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의 식품 판매 누리집. 킹크랩과 새우 등 외국산 신선식품의 안전함과 깨끗함을 선전하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중산층들 국산 농수산물 불신 커
알리바바등서 외국산 수요 폭증
알리바바등서 외국산 수요 폭증
‘아일랜드산 킹크랩 500g 45위안(8300원), 프랑스산 키위 1.5㎏ 69위안, 캐나다산 새우 1㎏ 188위안, 쿠바산 바닷가재 1㎏ 268위안….’
중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인 징둥닷컴의 홈페이지엔 수입 신선식품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다. 징둥닷컴의 경쟁자이자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마찬가지다. “청정 무공해 심해에서 건져올린…”, “북해에서 급속 냉동시켜 항공 운송한 최고의…”, “프랑스 천혜의 환경에서 거둬들인…” 등의 선전 문구는 단연 무공해와 신선함을 강조한다.
중국 중산층 이상 젊은 소비자들이 외국산 신선식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양보다는 친환경이나 영양, 무오염 등 질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이다. 이들이 장을 보는 곳은 대도시 대형 마트나 거리의 시장이 아니다. 몇번의 클릭만으로 택배까지 해주는 알리바바나 징둥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이들의 장터다.
상하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캐시 장은 “주변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산물을 사는 친구들이 많다. 값도 싸고 상품도 편한 시간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릴리안 우도 유제품과 수입 과일, 시리얼 등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입한다. 그는 2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물론 이런 신선식품들은 중국산도 충분히 많고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산은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어 믿기 어렵다. 최근에 산 뉴질랜드산 키위는 근처 슈퍼마켓보다 싸고 배송도 이틀 만에 된다. 외국산이 아무래도 신뢰가 더 간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수질, 토양오염 탓에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깊다. 지난해 4월 중국 환경보호부와 국토자원부는 전 국토 토양의 16.1%가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오염돼 있다고 발표했다.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이 원인인 경작지의 오염 비율은 19.4%, 목초지와 산림의 오염비율도 10%대에 이르렀다. 2008년 터진 멜라민 분유 파동 탓에 아직도 슈퍼마켓의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 판매대는 한산하다. 홍콩에서 최근 불거진 반중 시위의 원인도 중국 상인들이 분유 등을 싹쓸이 구매한 탓이 적지 않다. 맥도널드와 월마트 등에서는 불량식품 판매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외국산 신선식품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춘절 기간 징둥닷컴의 수입 신선식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늘었다. 칠레산 블루베리, 뉴질랜드산 양고기와 캐나다산 바닷가재 등을 판매하고 있는 알리바바 역시 비슷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산 고기와 해산물, 과일, 유제품, 채소 판매량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두 배가 늘어 34억달러(3조7300억원)에 이르렀다. 이 회사들은 주 고객층이 “부유한 동부 연안지역에 살고 있는 28~35살 사이의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수입 신선식품 시장의 발전 전망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외국 농산물 수입 중계상인 엑스포트나우의 프랭크 래빈 회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소비자들의 외국 신선식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취향에 발을 맞추려는 중국 인터넷 상거래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징둥닷컴과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의 오션스프레이 주스, 시리얼 판매 회사인 퀘이커 등 외국 신선식품 회사들과 잇따라 사업계약을 맺고 있다. 징둥닷컴의 한 관계자는 “자녀와 부모의 건강을 중시하는 초중년 주부들에게 수입 신선식품은 곧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인식된다”며 “신선식품 판매를 늘리는 것이 올해 주요한 사업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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