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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스모그 다큐에 힘입어 주민들 ‘담대한’ 행동

등록 2015-03-10 20:03

스모그가 낀 중국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스모그가 낀 중국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모든 사람이 피해…스모그 막는 것은 정부 책임”
“뒷간 같은 정부, 스모그가 너무 심해서 못살겠다.”

8일 중국 시안에 있는 산시성 정부 청사에 1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마스크를 쓴 채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손에 든 이들은 스모그에 대한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펼침막엔 “스모그는 암을 유발한다.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 “스모그를 막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시안에서는 이날 성 정부 청사 말고도 시내의 대형 상점과 광장 등에서 게릴라성 시위가 벌어져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홍콩 <명보>는 10일 “‘스모그의 해악을 걱정하는 어머니회’라는 단체 소속 회원들은 해마다 3월8일이 되면 전국 각 성 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곤 한다”며 “장시성 닝두, 쓰촨성 러산, 광둥성 둥관시 등에서도 누리꾼 등 시민들이 정부의 무책임한 환경정책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중국, 산시·장시·광둥성 주민들 시위
정부 무책임한 환경정책 거센 비판
당국, 호의적 태도서 돌변 접속 차단
체제 안정성 위협 요소 판단한 듯

시안 공안당국은 즉각 시위 참가자 체포로 대응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장아무개는 당일 연락이 끊겼다. 한 동료는 인터넷에 “장을 석방하지 않으면 9일 아침에도 다시 성 정부 청사와 시내 중심인 종루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그 역시 체포됐다. 두 사람은 9일께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대담한 행동을 벌인 데는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스모그 고발 다큐멘터리 <돔 천장 아래서>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전직 앵커인 차이징은 딸이 태어날 때부터 종양을 앓자 스모그가 원인이라고 판단해, 자비를 들여 스모그의 원인과 거대 국유기업의 책임 회피를 짚는 이 다큐를 제작·공개했다. 이 작품은 2억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큐멘터리 공개 당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 당국은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말 이 다큐가 공개된 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차이징의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소개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민심이 스모그의 심각상에 대한 각성을 넘어, 당국의 무사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으로 옮아가는 조짐을 보이자 중국 당국은 주말인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동영상 접속을 차단했다. 공산당 집권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7일 천지닝 환경부장의 기자회견에서도 12개의 질문 가운데 차이징의 다큐멘터리에 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베이징의 한 신문기자는 “질문이 미리 조율됐다”고 말했다. 천 환경부장은 이날 “스모그 문제는 중국인 모두가 피해자이며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정부의 책임론을 희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0일 “다수의 정협 위원들도 스모그 문제에 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며 “스모그 문제가 ‘방안의 코끼리(불편한 진실)’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인권활동가인 ‘투푸’(가명)는 <명보>에 “당국이 스모그 문제가 불거지는 걸 꺼리고 있다”며 “하지만 향후 행위예술이나 공익소송을 통해 스모그 문제가 계속 표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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