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부패 차르’ 왕치산(사진)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가 ‘여우사냥’을 하려고 직접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왕 서기의) 방미 일정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반부패 정책을 총지휘하고 있는 왕 서기가 ‘여우사냥’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우사냥이란 국외로 도피해 재산을 은닉한 부패 관료들을 잡아들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00여명의 국외 도피사범을 잡아들여 50억달러(5조6300억원)의 재산을 국고로 회수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현재 약 150여명의 부패 사범들이 미국에 도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낙마한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은 아직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미국 국방정책 연구기관인 제임스타운재단의 피터 매티스 교수는 “왕 서기가 미국을 방문한다면 주요 목적은 부패 사범과 부정 재산 추적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원활한 협조를 구하려고 겅후이창 국가안전부장이나 궈성쿤 공안부장보다 급이 높은 권력 서열 6위의 왕 서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인민은행 부행장과 건설은행장, 베이징 시장, 경제 담당 부총리를 지낸 왕 서기는 경제통으로 알려졌으나 시진핑 정부 출범과 함께 기율위 서기로 자리를 옮겨 시 주석의 최대 국정과제인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시 주석의 신임이 깊어 중국 내에선 사실상의 2인자라는 평도 나온다. 중국 포털사이트인 텅쉰은 15일 “문화혁명 당시 산시성으로 하방된 왕 서기와 시 주석이 1969년 토굴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내 기관이라 왕치산 서기의 직책도 정식 정부 편제상엔 없다”며 “이 때문에 미국 쪽이 어떤 급의 정부 인사로 맞이하고 상대할지 의전상의 고민에 맞닥뜨렸다”고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