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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판 국제금융기구가 뜬다

등록 2015-04-05 20:21

실크로드기금부터 NDB·AIIB까지
시진핑 정부 약 1500억달러 투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회원국은 50개국에 육박했다. 설립을 주도한 중국조차 예상치 못했던 ‘흥행’이다. 애초 중국은 35개국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아시아국가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등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도 가세하면서 명실상부한 국제금융기구로서의 틀을 갖췄다. ‘중국 전횡’과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 미국의 견제라는 갖가지 걸림돌을 넘어 거둔 중국의 성과다. 이 은행의 성공을 계기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른 국제금융기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운용 대상이 비슷한 실크로드 기금을 설립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비회원국인 몽골,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 7개국 정상을 초청해 실크로드 기금 구상을 밝히고 400억달러(44조6000억원)의 투자금을 내놨다. 실크로드 기금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아울러 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사업의 길목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낙후된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기금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기금
지난해 7월 출범한 브릭스(BRICS) 개발은행도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국제금융기구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여해 신개발은행(NDB)으로도 불리는 이 은행의 본부는 상하이에 있다. 중국은 인도 뉴델리의 본부 유치안을 물리쳤다. 각국이 100억달러씩을 출자(남아공은 50억달러)하고 5년 안에 1000억달러 자본금 유치를 목표로 하는 이 은행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비슷한 시기인 올해 말이나 2016년 초 공식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이보다 앞선 2012년엔 ‘미니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로 불리는 긴급외환보유기금(CRA) 설치에도 합의했다. 회원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자금지원을 목표로 한 기금이다. 중국은 총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인 410억달러를 출자했다.

이밖에도 중국은 1996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으로 꾸린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안보를 넘어 국제금융협력 기구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2년여 만에 대략 드러난 것만으로도 5개 이상의 국제금융기구나 기금 설립을 구체화했고 1500억달러 이상의 종잣돈을 투자했다.

중국이 이처럼 자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 설립에 적극적인 데는 국제사회에서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지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아시아와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금융 주도권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미 국제금융질서를 좌우하고 있는 기존의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의 입지는 미미했다. 중국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지닌 투표권 비중은 각각 전체의 4.1%와 3.8%다. 이는 미국의 15%(세계은행), 16.8%(국제통화기금)와 비교하면 4분의 1 내지 5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지분 역시 일본(15.7%), 미국 (15.6%)에 못 미치는 6.5%다. 중국은 그동안 이 기구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의결권, 지분 참여 확대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지난해 기준으로 3조84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풀어 직접 국제금융기구 설립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과정에서 기득권인 거부권을 포기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 운영 방식에 불만이 쌓였던 세계 각국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를 일대일로 사업과 연동시켜 낙후한 서부지역 등을 개발하고, 생산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강, 석탄, 건설 등 국내 중공업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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